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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한복 논란 언론탓, 편파판정 반중정서는 정치인탓이라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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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지난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을 인코스로 추월하는 모습. 황대헌의 이 상황을 심판은 반칙으로 인정해 실격 처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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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판정 논란’이 불거지며 국내 반중 정서가 퍼진 데 대해 중국 정부는 9일 “(중국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낸 데 이은 ‘반박 2탄’이다.

주한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대사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에 게재한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날 입장문에는 한국 언론과 정치인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담겼다.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반중 정서를 부추긴다”면서다. 그러면서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하고,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매우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중국 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한국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석연찮은 실격 처분을 받으며 편파 판정 논란이 일었다. 대선 후보들 역시 앞다퉈 판정 논란과 관련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8일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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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측은 판정 논란의 핵심인 ‘공정성’에 대해선 “기술적인 문제인 만큼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쇼트트랙 경기 주심인 피터 워스에 대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3차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주심을 맡은 권위자라고 설명한 데 이어 “중국 정부는 각국 선수들에게 안전하고 공평하며 공정한 경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쇼트트랙 판정은 전문적이고 기술적 문제인데 ▲이번 쇼트트랙 경기의 주심은 권위와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이고 ▲중국은 심판의 판정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을 했다는 취지로, 편파 판정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의 ‘심판 매수’ 의혹에 대해선 “동계올림픽은 국제 스포츠 대회로서 각 경기의 심판은 모두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경기연맹이 공동 선정하며, 어느 국가나 정부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는 모두 승패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국민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중국은 중·한 관계와 양국 국민 간의 우호적 감정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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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 이후 인터넷에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희화화하는 그림 등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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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대사관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치솟는 반중 감정의 배경을 한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찾는 모양새다. 8일 한복 논란에 대해 발표한 입장에서도 “일부 언론의 억측과 비난”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은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반중 정서까지 부추긴다”고 했다. 중국은 잘못이 없는데 한국에서 공연히 음모론적 접근이라도 한다는 것처럼 들릴 여지가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어떤 정치인이 정확히 어떤 선동적 발언을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하고,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함부로 말한다”고만 돼 있을 뿐이다.

이런 반응이 중국 외교부가 아니라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잇따라 나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통상적 관례로 봤을 때 어느 나라든 대사관이 본국 외교부 본부의 지시 없이 주재국의 언론과 정치인을 상대로 이처럼 공격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외교부 본부가 직접 나설 경우 정부 간 갈등으로 번지거나 한국 내 반중 정서를 더 크게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끄는 측면도 있다. 이에 대사관이 나서되, 중국에 대한 비난에는 단호하게 반격하는 형식을 택한 것일 수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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