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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洪 “증액 동의 안해” 李 “월권, 책임 물어야” 추경 벼랑끝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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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쉽게 동의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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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상대 예산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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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 오전 10시 회의를 시작하고 채 30분도 지나기 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에) 합의한다면 따라올 수 있겠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면서다.

이날 국회 기재위를 시작으로 상임위별 올해 1차 추경안 심사의 막이 올랐다. 출발부터 난항이다. “쥐꼬리 추경”(우 의원), “언 발의 오줌 누기”(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모두 추경 지출을 대규모로 늘려야 한다며 한목소리로 정부를 몰아붙였다.

홍 부총리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번 추경은 재정 여건, 물가, 국채시장,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워낙 지대해서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14조원 규모로 국회에 제출했다”며 “14조원 정도의 정부 지출 규모가 국회에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제출한 규모 선에서 추경이 논의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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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추경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와 여야 간 의견 차이는 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 총지출 규모는 14조원이다. 이 중 9조6000억원을 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300만원씩 추가로 지급하는 데 쓰기로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예산도 1조9000억원 확대한다. 중증환자 병상 확충 등 오미크론 방역 예산과 예비비 보강에도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여야 모두 정부가 제안한 14조원 추경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어 3만 명을 향해 가는 상황이니 추경을 대규모로 증액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최소 35조원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14조원 지출안과 비교해 20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지원 대상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ㆍ프리랜서ㆍ예술인ㆍ법인택시기사 등까지 포함해 550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규모는 50조원으로 더 크다. 방역지원금 확대는 물론 손실 보상률과 하한액을 대폭 상향하는 내용이다. 대신 야당은 기존 정부 지출을 줄여 적자국채 발행(국가채무 증가)을 최소화하는 걸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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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22대선 4자 대통령후보초청 방송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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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도 여야 대선후보는 추경 증액 규모와 방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35조원을 조건 달지 말고 국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할 용의가 있냐”고 물었고, 이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그 돈을 어디 어떻게 쓸지 정해놔야 국채를 발행하든 초과 세수를 쓰든 지출 조정을 하든 하는 거지 35조원 돈만 정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날도 홍 부총리의 ‘증액 반대’ 발언과 관련해 “월권을 한 것 같다. 책임을 물어야 할 심각한 발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국민을 대표하는,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의 임명 권력(정부)은 지휘 받는 게 정상적”이라며 “그런데 행정부 소속의 한 개 부처 책임자가 여야가 합의해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미리 단언하는 건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도 “그거(증액 반대는)는 홍남기 부총리의 생각이고,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피해를 손실 보상을 해주는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 자금 사용처와 사용 기준 명시해서 최소한 50조가 필요하다고 이미 몇달 전 말씀 드렸다”고 했다.

당정은 대선후보 등록 마감, 공식 선거 운동 시작 전인 15일 이전에 추경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대선일인 3월 9일 전 방역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 국회 본회의 처리 절차를 고려하면 남은 기간은 열흘도 채 안 된다. 추경을 둘러싼 여야정 견해차가 커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세종=조현숙기자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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