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릴 가운데 행사시작 3시간 전 부터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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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양손에 쥐고 전진했던 검찰개혁의 길에는 명과 암이 분명하게 드리웠다. 공수처는 입건율 0.9%, 기소율 제로(0)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통신조회 논란까지 더해지며 국민들의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김진욱 공수처장이 사과하는 것으로 2022년을 맞이했다.
만 1년을 맞은 수사권 조정은 어떨까. 지난해 1월 검찰권 견제를 위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최소화하고 경찰의 권한과 책임은 확대하는 수사권 조정 방안이 시행됐다. 검찰은 6대 주요범죄 등 특정한 중대범죄에 한해서만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에 제한이 없다.
'소탐대실'이란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현장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선 검찰 무력화가 수사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위급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현재의 검찰은 손과 발이 다 잘려 수사 의지가 약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무소불위 검찰 권력은 남아있다고도 말한다. 수사권 조정, 지난 1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변호사 72.3% 검경 수사권 조정 '부정 평가'
지난 27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변호사 72.3%가 수사권 조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20.2%는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를 한 대표적인 이유는 경찰의 법률 이해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법리를 설명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변호사 77.2%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67.3%는 '경찰이 법률 이해 정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경찰 수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세부적인 답변을 살펴보면, 경찰수사의 전문성 부족과 사건처리 지연, 사건 접수를 거부하려는 태도 등이 주로 언급됐다"고 부연했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떠나 현장에서 실무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종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은 "경찰의 수사력이 강화된 상태에서 수사종결권을 넘기면 괜찮은데, 사람은 그대로인데 수사권 일부를 주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기소권 남용의 방지 및 검찰권 견제, 경찰수사의 적극성 등 일부 긍정 평가도 일부 나왔다. 이에 서울변회는 "검찰권의 견제와 관련해서는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강압수사나 기소권 남용이 방지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수사권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법조계 "검찰 무력화, 수사력에 타격 줄 수도"
이번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공수처 설치, 특수부 폐지가 검찰을 둘러싸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검찰 힘 빼기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근본 취지보다, 무조건적인 권력 통제라는 측면이 앞서면서 수사권 조정을 지지해왔던 이들에게서조차 '결과적 실패'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김 전 지청장은 "계속 실전을 뛰는 사람이 금방 실력이 늘어난다. 요즘 같이 특수부 수사 안 하다보면 5년만 지나면 특별 수사 부분은 완전히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훌륭한 선배들 틈에 끼어서 10년 정도 특수부 수사를 하며 단련이 돼야 실력 있는 검사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 출신 김광삼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특수 수사에 대한 노하우 등이 축적돼 있었는데,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특수부를 할 수 있는 곳을 다 잘랐다"며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은 거의 폐지하다시피 했는데, 특수부 검사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위급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손발을 다 잘라 놨는데 수사에 있어서 힘을 쓸 수 있겠느냐"며 "이는 결국 현직 검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현재 경찰이 수사해서 송치해온 사건들을 뒤치다꺼리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단 한 번의 소환 조사 없이 정 교수를 기소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여전히 무소불위 검찰 권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검찰의 수사력이 약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주장에는 의견이 모아진다. 김 전 지청장은 "검찰개혁은 첫째나 둘째나 제대로 된 수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수사권 조정으로 대한민국의 수사력이 약해지면 결국 그 피해자는 국민들"이라고 우려했다.
장한지·신진영 기자 hanzy020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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