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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엄마 위한 떡·용돈봉투 들고…“그래도 설이잖아요” 붐비는 귀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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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8일 오후 서울역에서 만난 귀성객 이미선(34)씨가 어머니를 위해 구매한 떡 상자를 들고 있다. 양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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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떡을 좋아해서 샀어요. 코로나19가 걱정되지만 조심히 가면 괜찮겠죠”



설을 맞아 고향 동해에 간다는 이미선(34)씨 손에는 분홍색 보자기에 싸인 떡 상자가 들려있었다. 떡을 즐겨 먹는 어머니를 생각한 딸의 마음이었다. 이씨는 집에 혼자 있을 엄마 생각에 기차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설 연휴를 앞둔 28일 서울 중구 서울역 KTX 승강장은 명절을 맞아 가족을 보러가는 이들로 북적였다. 선물 꾸러미를 양 손에 챙긴 귀성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걱정된다면서도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고향 방문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물 들고 고향 집으로…“코로나지만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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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역에서 직장인 조현우(35)씨가 친척에 줄 선물을 양손에 들고 기차를 타러 가는 모습. 양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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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조현우(35)씨는 친척을 만나러 5년 만에 대전에 간다. 직장 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고향 갈 시기를 매번 놓쳤다. 코로나19가 사회를 휩쓴 지난 2년간 귀성은 더 힘들어졌다. 조씨는 “수도권에 확진자가 많아 혹시나 제가 피해를 줄까 걱정이 많았다”며 “그래도 이번 설은 오랜만에 가기로 했다. 명절이니까 견과류와 부각세트도 샀다”고 말했다.

이모(37)씨는 6살 아들과 4살 딸을 데리고 부산에 간다. 이씨는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싶다’고 하고 부모님도 손자를 그리워하셔서 내려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10살 아들과 함께 온 양모(41)씨도 “지난 추석 이후로 부모님을 못 봤다”며 “마스크 썼고 백신도 맞았으니 괜찮을 것 같다”며 기차에 올랐다.



“부모님 드리는 첫 용돈”…서울역서 ‘가족 상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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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은 기차를 타러 가는 귀성객들과 서울로 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로 혼잡했다. 양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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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만날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도 있었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이모(27)씨는 “취업 준비와 코로나19로 부모님을 1년 넘게 못 봤다”며 “이번에 처음 용돈을 드릴 계획이라 예쁜 봉투도 샀다”고 말했다. 1년차 직장인 임모(27)씨도 “집에 가서 부모님과 용돈 액수에 대해 합의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역엔 설 명절다운 ‘가족 상봉’도 벌어졌다. 손주를 보러 서울로 올라온 할아버지와 이를 마중 나온 손녀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강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딸과 손녀를 만난 할아버지 황모(63)씨는 “손자가 어리니 내가 올라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기차표 매진에 발 돌려…서울역은 방역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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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귀성객 이종태(66)씨가 매진된 기차표 예매창을 보여주고 있다. 양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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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설 연휴 시작 전인 28일에도 부산, 대구, 강원 등으로 향하는 KTX 기차편은 매진된 상태였다. 표를 사러 현장 발권 창구에 들렀다가 “막차까지 모두 매진이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말에 발을 돌리는 이들도 속속 나왔다. 하승원(30)씨는 “부산에 가야 하는데 표가 없어 비행기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집에 얼른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귀향길에 오르는 이들이 몰리자 서울역은 코로나19 방역에 고삐를 조였다. 노란색 조끼를 걸친 방역소독 직원들은 사람들이 만지는 손잡이나 무인발권기 등을 소독제로 닦았고, 역내에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거듭 나왔다. 승차장으로 가는 입구엔 페이스실드를 착용한 안내원이 ‘탑승 전 발열 측정을 해달라’며 승객들에 요청했다.

양손에 선물을 들고 움직이는 귀성객들 사이 서울역 관리를 책임지는 이들은 이번 명절도 집에 가지 못해 아쉬워했다. 철도경찰 양모(54)씨는 “저는 본가가 전남 나주인데 명절에는 일하느라 거의 내려가지 못한다”며 “기차 타러 가는 귀성객들 보면 부럽고 쓸쓸하다”고 말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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