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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미크론'에 치이고 '물가'에 밀리고…설 대목 전통시장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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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지난 추석보다 적어 명절 특수 없어”…전통시장 1월 전망 체감경기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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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수산물 가게가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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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한번 보고 가세요.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 평소에 하지 않던 호객행위까지 하는데 손님들은 가격만 묻고 그냥 가십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상인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구수한 입담으로 손님들을 붙잡으려 하지만 잡히지 않았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바라보고 있고, 물가인상까지 이중고를 겪는 전통시장의 올해 명절 특수는 없었다.

이날 방문한 제일시장에는 정육점과 채소상에는 시민들이 그나마 있었지만, 과일과 해산물을 판매하는 골목은 한산해 희비가 엇갈렸다. 생활용품이나 의류 점포는 설렁했다.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 김 모 씨(64)는 “특수는 무슨, 오미크론 때문에 지난 추석 때보다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평소보단 매출이 30~40%가량 줄어든 거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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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한 정육점에 시민들이 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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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을 운영하는 상인 박 모 씨(59)의 가게에는 떡국떡과 가래떡을 잠깐 들었다가 내려놓는 손님들만 종종 있었다. 박 씨는 “물가도 많이 올랐지만 정말 고심 끝에 아주 조금 떡값을 올렸는데 손님들은 그걸 어떻게 아는지 바로 비싸다고 반응한다”며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잘 안 오는 것도 있지만, 물가가 인상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설 제수용품은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3.2%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물가가 인상됐다는 부담감에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 설맞이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를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해도 일부 품목만 혜택을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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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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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를 앞둔 전통시장의 고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OSI 중소기업 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통시장의 체감경기(BSI)는 전월 대비 28.5포인트 하락해 41.2로 작년 한 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전망 BSI는 지난해 70~80대를 기록한 것과 다르게 66.2로 전월 대비 17.6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상인들은 저마다 정부에 제대로 된 손실보상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건어물은 이 모 씨(53)는 “설 대목 특수를 바라보고 있는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정부다. 줄어든 매출에 대해 추가 보상해줘서 먹고 살 수 있게 좀 해달라”고 비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 씨(54)는 “전을 이렇게 뒤집고 있는데, 하루빨리 코로나 상황도 뒤집혔으면 좋겠다”며 “설 끝나면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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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제일시장 떡집에서 한 시민이 가격이 인상된 떡국떡에 대해 상인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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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정부 제일시장 밖 조그마한 포장마차에선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팥 붕어빵 2개에 1000원. 기자는 붕어빵을 파는 사장에게 붕어빵 8개를 주문하고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계좌번호를 물어봤다. 사장은 계좌번호가 없다고 했다. 그는 10년간 제일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했지만, 최근에 매출감소로 부도가 나면서 은행거래정지처분을 받아 계좌번호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붕어빵을 만들었다.

[이투데이/심민규 기자 (wildboa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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