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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책임 미루니 우리라도”…‘철거 위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합동 분향소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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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 시민단체들 잇따라 서울 시내 합동분향소 설치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 요구…돌아온 건 분향소 철거 통보”

중구청 “자진 철거 권고…불응시 강제 철거”

세계일보

지난 17일 새벽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설치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회원이 탈진한 채 쓰러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70여일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3 아들을 둔 이 회원은 밤새 울었다고 한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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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떠나보낸 심정을 그 누가 알겠나. 외면만 하는 정부에 피눈물이 납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 위치한 하얀 천막. 약 400m 떨어진 청계광장에도 하얀 천막이 설치돼 있는데,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합동분향소다. 이달 들어 연달아 설치된 두 곳 모두 관할인 서울 중구청에서 철거 권고를 받은 상태다.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코진연) 등 관련 단체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져 물러설 곳이 없다”며 “(철거 조처에) 우리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코로나19 예방 백신으로 인한 피해 전면 조사와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분향소를 무기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맞섰다.

◆ “국가가 책임 미루니 우리라도”…서울 두 번째 합동분향소 기습 설치

이날 찾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 설치된 천막은 코진연 측이 이틀 전 기습 설치한 바 있다. 오는 29일 개소식을 앞둔 채 분주한 모습이었다. 코로나피해보상청구소송단이 발족한 코진연은 코로나19 예방 백신 사망자뿐 아니라 8·15 광화문 집회 참여 피해자, 코로나19 사망자, 코로나19 방역 피해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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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인도에 코로나19진상규명시민연대가 설치한 국민 추모 합동분향소의 지난 24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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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분위기와 달리 천막 내부는 간간이 들리는 한숨소리로 적막하기만 했다.

성현모 코진연 유가족 대표(60)는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집에 격리됐다 병실에 제때 가지 못해 2020년에 돌아가셨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창옥 공동 대표(59)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받고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게 됐다”며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손 놓고 있으니 민간단체라도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 측에 분향소 설치를 지속적으로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현재 다른 분향소가 설치된 청계광장에도 신청했지만 불허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 기습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남대문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했다며 합법적인 설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해준 게 뭐가 있길래 강제 철거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진상 조사와 유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천막을 철거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오전 이곳을 방문한 중구청 측은 철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도로와 사유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며 “일단 자진 철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 첫 분향소도 철거 위기…“죽을 각오로 지킬 것”

코진연보다 열흘 먼저 청계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도 이미 중구청의 철거 계고장을 전달받은 상태다.

김두경 회장(53)은 “일단 중구청과 협의해 설 연휴 이후로 철거 기한이 연장된 상황”이라며 “조금씩 시간을 벌고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백회는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단체로,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지난 11일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들은 백신 접종으로 가족을 떠나보내거나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대책과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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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지난 18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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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백회가 합동분향소를 설치한 지 2주째인 이날 유가족은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킨 채 조문객을 맞았다. 남녀노소 60여명의 영정 사진이 자리하고 있는데, 분향소 설치 후 코백회 추산 1200명 이상의 시민이 다녀갔고, 지지 서명도 남겼다.

이곳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김 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수차례 피해 가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간절히 호소해왔지만 정부는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런 것(분향소 설치) 뿐인데 이것마저 철거하겠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중구청은 분향소가 설치된 지난 12일 코백회 측에 도로법상 불법 점유물이라며 자진 철거해달라는 내용의 노상 적치물 강제 정비 예고 통지서를 보내왔다. 이날 오전에도 중구청 관계자가 다시 찾아와 자진 철거를 권유했다고 한다. 중구청은 자진 철거를 유도해도 불응 시 절차대로 강제 철거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곳에서 마주한 유족들은 떠나간 가족을 다시 떠올리는 게 힘들지만 그나마 분향소가 있기에 나와 ‘숨 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 눈가는 빨갛게 짓무른 채였다.

고3 아들을 지난해 떠나보낸 강일영(48)씨는 “너무나 건강하고 활발했던 아들이 화이자 2차 접종 후 75일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며 “그냥 불구가 돼도 좋고 평생 누워만 있어도 좋으니 살려만 달라고 병원에 호소했지만 결국 입원 이틀 만에 손쓸 새도 없이 그렇게 가버렸다”고 목놓아 울었다.

이어 “아들 친구들은 졸업사진을 찍었는데 왜 제 아들은 없는지 실감이 안 됐다”면서 “이런 아들을 두고 질병관리청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18일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이지 백신 탓이 아니라고 발표했다”고 분노했다.

방역 패스(백신 접종 증명·음성 확인제)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강씨는 “제 눈으로 아들이 사망한 모습을 똑똑히 봤는데, 어린 딸을 제 손으로 데려가 백신을 접종시켜야 하는 것이냐”라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 가족 다수가 트라우마로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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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측에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합동분향소 자진 철거를 요구하면서 보낸 노상 적치물 강제정비 예고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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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66)씨도 지난해 9월 당시 31세였던 아들을 잃었다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씨는 “새로운 곳에 취업을 앞두고 있던 아들이 화이자 접종 6일 만에 집에서 사망했다”며 “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자는 줄만 알고 밖에서 저녁 먹고 있던 나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죄책감 탓에 정신과 치료를 몇 달 받았다”고 덧붙이고는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아들 영정이 이곳에 있어 계속 찾아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여기 있는 모두 정부가 맞으라고 해서 맞았던, 말 잘 들은 죄밖에 없는 이들”이라며 “건강했던 이들이 갑작스레 사망한 경우가 1000건이 넘는데, 백신과의 인과성 인정을 받은 이는 지금까지 단 두명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합동분향소에 영정 사진이 놓인 이들은 백신 접종 후 숨졌지만 모두 백신과의 인과성은 인정받지 못했다.

코백회는 현재 ▲질병청의 기존 백신 인과성 관련 심의 전면 무효화 ▲백신 안전성 재검토 ▲백신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내용 공개 ▲백신 피해자 특별법 제정 ▲소아·청소년 백신 의무접종 및 방역 패스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백회는 오는 29일 분향소 인근에서 ‘촛불집회’도 이어갈 방침이다.

글·사진=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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