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암호화폐 시장은 휘청거렸다. 지난해 말 산타랠리로 반짝 오른 이후 연일 하락세를 탔다. 연초 이후 비트코인은 23% 하락했고, 이더리움은 35% 급락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는 가상화폐가 더 급락세를 탔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작년 11월 최고점 대비 680조원 사라졌고,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따지면 1400조원이 날아갔다. 지난해 11월 7만 달러선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현재 반토막이 났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급락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5일 만에 20% 급락했으며,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36%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현재 정세에 주목하는 한편, 코인을 매도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투자자는 “코인 가격이 이미 연준의 긴축 정책을 선반영해 내려갈 대로 내려간 것이 아니냐”면서 “FOMC의 발표 내용도 그동안 예측했던 것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투자자는 “올해 금리 인상 7회는 말이 안 된다”라면서 “3~4번 인상할 줄 알았더니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래픽=이은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7일 오후 4시 56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은 3만6216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는 일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13% 떨어진 가격이다. 알트코인 대장 격인 이더리움은 7일 전보다 23% 급락한 2414달러 선을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Crypto Fear & Greed Index)’는 27일 기준 20점(매우 두려운·Extreme Fear)을 나타내고 있다. 전날인 23점에 비해 3점 더 내려간 수치다. 이 지수는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가 산출하는 지수로 0에 가까울수록 투자심리가 극도로 두려움을 나타낸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심리지수 공포-탐욕지수도 27일 기준 공포(30.19)를 나타내고 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중립, 6개월 전에는 탐욕을 나타냈던 지수가 최근에는 공포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해당 지수는 전날(31.82)보다도 소폭 내려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외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밀러타박 플러스 코(Miller Tabak + Co.)의 매트 말레이 수석시장전략가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차세대 금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비트코인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안정세를 찾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반면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 트렌드는 연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리스크 등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최소 4년, 이상적으로는 10년 이상 들고 있을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런 장기 관점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단기적인 시장 등락과 무관하게 상시 매수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폭락 추세를 보이던 가상화폐 가격의 급락세는 일단 주춤해졌다”면서 “추가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상화폐 가격 하락세 진정은 위험자산에 대한 공포심리가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에릭 애덤스 신임 뉴욕시장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첫 달 월급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받았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아침부터 24일(현지 시각)까지 사흘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각각 15.9%, 24.3% 하락해 애덤스 시장이 며칠 만에 100만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애덤스 시장은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기투자자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덤스 시장은 뉴욕 시장 당선 전 선거운동에서 “당선되면 첫 석달 임금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받겠다”고 공약했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