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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 ‘우크라 나토 가입 배제’ 거부…러에 “상호 핵 통제” 역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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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존 입장 고수한 답변 전달
“이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가”
푸틴 결정, 외교와 전쟁 기로
베이징 올림픽 일정 감안할 듯



경향신문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소피아 성당에서 한 여성에게 안긴 어린이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도하며 촛불을 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이날 하루 우크라이나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로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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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 답변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는 거부했지만 상호 핵무기 군비통제 및 군사훈련 제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나토의 답변에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쟁이냐, 외교적 해결이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나토, “공은 러시아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 설리번 주러시아 대사가 러시아 외무부를 방문해 미국 측 답변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답변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과 나토는 군비통제와 핵무기 군사훈련 제한 등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미국의 탈퇴로 해체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복원을 비롯한 단·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상호 제한, 군사훈련 규모 및 지역 제한 등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사찰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또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군사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흑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현재로선 미국과 나토가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은 그간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상에서 밝힌 기본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이제 공은 저쪽 코트에 있다”면서 “러시아가 문서를 읽고 다음 조치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된 후 대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 답변서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긍정적인 답변은 없었다”며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진지한 대화의 시작은 기대할 수 있다”며 회담이 계속될 가능성은 열어뒀다. 크렘린궁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입장을 확인했으며 시간을 들여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에 푸틴 대통령이 외교와 전쟁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러시아와의 협상 기회가 최소 한 차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침공한다면 2월 중·하순?”

그렇다면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최종 결정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있을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 측 협상단 대표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26일 유럽전략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금부터 2월 중순 사이에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징후를 분명히 봤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일정(2월4~20일)을 감안해 군사행동 일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변론회 석상에서 각국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준수할 것을 호소했다. 중국이 이런 메시지를 낸 상황에서 러시아가 올림픽 기간에 군사행동을 강행한다면 중국의 체면 손상이 불가피하다.

군사 전문가들도 땅이 얼어 기갑부대가 이동하기 쉬운 2월에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셔먼 부장관의 말처럼 2월 중·하순 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블링컨 장관과 새해 들어 첫 전화통화를 갖고 “올림픽 방해와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지난해 양국 정상회담 후에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러시아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한 국가의 안보는 다른 국가의 안보를 해치는 대가로 얻어져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박효재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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