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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9년 만에 결국 무죄…김학의 없는 김학의 사건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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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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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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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판단을 확정받으면서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한 처벌을 피하게 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지 9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사법 정의를 실현할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게 단죄가 시도됐지만 오히려 수사 절차 위법 논란과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등 파생 사건을 양산했다.

고위직의 성접대·뇌물수수라는 중범죄 혐의임에도 김 전 차관이 형사 처벌을 피해간 데는 검찰의 책임이 컸다. 2013년 3월 차관 임명 직후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성접대 동영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 내사 착수 사흘 만에 김 전 차관이 자진 사퇴해 법의 심판도 임박해 보였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로 사건이 꼬였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가 아닌 성범죄 혐의로 입건해 검찰의 봐주기 수사의 빌미를 제공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동영상 속 여성을 특정할 수 없고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한다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 7월 성범죄 피해 여성이 다시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강제적인 성관계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2015년 무혐의 처분했다.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처분 모두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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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형사처벌의 ‘골든타임’은 지나 있었다. 검찰은 2019년 6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문제의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면소 판단을 했다. 2008년 마지막 성접대가 이뤄졌고, 이미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심은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성접대 의혹과는 별개의 혐의였지만 처음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가 법정에 나오기 전 검사와의 면담에서 검사의 회유 등으로 인해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의 수사 과정 진술과 법정 증언이 달라진 점을 들어 최씨의 진술 신빙성을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검사가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수사 방식을 문제삼아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의혹의 장본인인 김 전 차관은 법의 심판을 피했지만, 김 전 차관에서 파생한 각종 사건들은 유무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이 2019년 3월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는 가짜 사건 번호로 출국금지 조치를 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 이 과정에 관여한 이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검사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 검사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려 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기소 이튿날 이 고검장의 공소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비화했다. 공소장 유출 의혹 등을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저인망식 통신조회를 했다가 통신 사찰 논란에 휘말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여 의혹과 관련해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소환하면서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낳았다. 김 전 차관이 빠져나간 ‘김학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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