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27일 달러당 원화값 1200원 선이 무너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거래가가 표시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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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음을 내비치자 국내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동안 달러화당 원화값이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을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197.7원) 대비 5.1원 하락한 1202.8원으로 마감했다. 달러당 원화값(종가 기준)이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일(1201.5원) 이후 20일 만이다.
서정원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한 것이 달러 매수 수요로 이어졌지만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 선을 넘어서자 국내 수출기업들의 원화 환전 수요가 유입되며 달러당 원화값 추가 하락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 등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큰 폭으로 내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날 FOMC 관련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를 반영해 연초부터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 6일 1201.0원으로 마감하며 약 1년5개월 만에 12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환율 움직임을 각별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하자 1180원대로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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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을 반영해 하락세를 이어가던 달러당 원화값은 이날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이후 12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것 같은데 한국은 그 속도를 따라갈 체력이 안 된다"면서 "한국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져서 2~3%대 금리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심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미 금리 차를 예상하면 앞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고 환 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증시 등에서 미리 발을 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에서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0~3.4%, 2016~2020년 2.7~2.8%, 2019~2020년 2.5~2.6%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긴축 가능성과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변동성이 가장 큰 가상화폐와 주식시장이 먼저 떨어지고, 이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져 달러 매수세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지정학 리스크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원화값이 요동치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미국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 확대로 3월까지는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220원 선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이어져 1210원대까지 갈 것 같다"면서 "당분간 원화값이 큰 폭으로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이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안동현 교수는 "만약 달러당 원화값이 1250원대까지 낮아지면 달러 차입 규모가 큰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원화값 하락은 이를 더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값이 하락하면 수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입 제품 가격이 올라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혜순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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