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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종합]재고량 5일치로 '뚝'…美 "반도체 공급난, 최소 6개월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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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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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반도체 칩 평균 재고량이 40일에서 5일치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자칫 칩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공장들이 멈춰 서고 노동자 일시 해고 사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공급난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마땅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업 극비 사항인 영업자료 제출까지 요구하며 ‘무리수’를 뒀음에도 결국 단기적 해결이 어려움을 인정하는 데 그쳤다.

◇수급난 극심...평균 재고 40일→5일
미 상무부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150여개 반도체 제조 및 수요 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25일(현지시간) 이같이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칩 평균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7% 더 많았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평균 재고량은 2019년 40일치에서 5일치 미만으로 떨어졌다. 핵심 산업용 반도체 재고량은 이보다 더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했던 반도체 사재기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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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같은 공급난은 6개월 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공급망이 매우 취약하다"며 "칩 생산량이 확대될 때까지 (공급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확산,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해외 반도체 생산시설이 단 몇 주라도 문을 닫을 경우,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가동하지 못해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상무부의 판단이다.

반도체 공급 병목현상은 산업 전반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현재 반도체 생산시설 대다수의 가동률은 90%로 확인됐다. 신규 건설 없이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큰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내년까지 특정 품목의 반도체 부족이 계속되고, 현재의 반도체 칩 수요 붐이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단기 대책 없다" 행정부도 인정
대대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내놓은 결론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일부 반도체 칩에 대해 조사하고 업계와 소통하겠다는 것,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에 그쳤다.

상무부는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기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며 "중개상을 통해 판매된 반도체 칩 가격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에 응하지 않았거나 포괄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계속 접촉해 실상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민간 기업들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기업 기밀을 요구하는 강수를 뒀지만, 결국 단기간에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만 재확인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행정부가 병목 현상을 해결할 힘이 없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인텔의 200억달러 반도체 투자계획 발표, 포드와 GM이 반도체 생산 업체와 맺은 협력 등이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상당 시일이 소요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이 향후 2~3년간 반도체 부족 사태를 예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향후 투자가 이뤄질 품목과 공급난에 처한 품목 간 차이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상무부가 이날 구체적으로 수급 불일치가 심각하다고 언급한 부문은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등이다. 하지만 향후 새롭게 건설될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가 아닌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아날로그칩 등을 생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날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달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을 의회가 빨리 처리해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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