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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글로벌 칼럼 | 우리가 구글을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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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옛 좌우명을 오랫동안 잘 지켜온 듯하다. 그 좌우명이 제품의 성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구글은 경쟁사를 능가하는 윤리적 회사라는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구글이 아직도 윤리적 회사라는 평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어쨌든 2022년은 구글의 명성에 좋지 않은 해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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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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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비윤리적 사업방식에 관여하고 있는가

최근 구글이 광고 경매를 조작해 경쟁을 억제했다는 혐의로 지난 2020년 미국 주 연합이 제기한 소송 내용이 공개됐다. 구글은 소위 ‘2등가’ 경매를 이용했다. 최고 입찰자가 경매를 따지만, 광고 게시자에게는 2번째로 높은 입찰가와 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한 기업이 클릭당 10달러를 부르고, 다른 기업이 각각 8달러와 6달러를 부를 때 10달러를 부른 기업이 입찰에 성공하지만, 광고 게시자에게는 클릭당 8달러를 지급한다.

구글은 이러한 ‘2등가’ 경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광고 게시자에게는 3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지불하되 광고주에게는 2번째로 높은 입찰가를 청구해 남은 차액으로 입찰가를 높이고, 구글 플랫폼 입찰가가 경쟁 플랫폼 입찰가보다 낮아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19년 경매 체제를 ‘1등가’로 바꿨지만, 소송 당사자는 구글이 ‘이상해씨(Bulbasaur)’라는 내부 코드명 하에 모종의 방식으로 ‘2등가’ 체제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소송 내용이 부정확하고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2019년 9월 현재 우리는 1등가 경매를 운영하고 있지만, 텍사스 법무장관 켄 팩스턴이 지칭하는 시점에는 AdX가 확실히 2등가 경매였다”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을 나눠 가지고 경쟁사를 배제하기로 공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글이 요율 등의 측면에서 메타(구 페이스북)를 우대하는 대가로 메타는 구글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구글과 메타는 이런 합의가 사실상 경쟁을 향상시켰으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구글의 재판은 빨라도 2023년 시작할 예정이다. 소장과 함께 제출된 법률 문서에 따르면, 알파벳 및 구글 CEO 선다 피차이가 ‘문제가 되는 거래 조건에 직접 서명했다’고 알려졌다. 메타 CEO 마크 주커버그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메타는 해당 사건의 피고가 아니다. 구글 내부에서 메타와의 합의는 메타의 로고 색상을 지칭하는 ‘제다이 블루(Jedi Blue)’로 통했다.

이번 소송 외에도 구글은 현재 미국과 전 세계 정부가 제기한 여러 건의 반독점 소속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 소송은 구글이 자사 사업에 유리하고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해 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했다는 혐의에 초점을 둔다.

최근 제기된 집단 소송에서 구글은 애플이 검색 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구글 검색을 다른 서비스보다 우대하도록 검색 수익의 일부를 애플에 불법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비경쟁과 수익 공유를 골자로 하는 구글과 애플간 비밀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글은 경쟁사를 배제하기 위해 다른 대형 IT 업체와 결탁한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구글은 담합 의혹 외에도 다른 윤리적인 잘못을 이미 저질렀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구글 포토 사례다.

구글은 2015년 구글 플러스에서 사진 기능을 분리하면서 ‘무제한 사진 무료 저장’이라는 전례 없는 혜택을 제공했다. 구글 포토 서비스가 무료라는 말에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엄청나게 저장했다. 또한 구글 포토 앱은 사용자에게 로컬 복제본을 삭제해 저장공간을 절약하라고 부추겼다. 즉, 구글 포토 사용자 대부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의 사진을 복사본으로만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업로드한 사진이 다시 다운로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후인 2021년 6월 1일, 구글은 구글 포토의 무제한 무료 저장 정책을 철회하고 무료 저장 용량을 15GB로 제한했다. 픽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예외 조항이 마련됐지만, 적용 범위는 혼란스러웠다.

‘무료 저장’이라는 유혹에는 구글이 사용자의 사진을 압축해 품질을 낮추도록 허가하는 조건이 있었다. 대부분 사용자는 저장 용량에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 저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모든 사용자의 사진 품질이 영구적으로 저하됐고, 품질이 좋지 않은 사진이라도 되찾으려면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

참고로, 구글의 사용약관에는 무제한 무료 저장 조건이 영구적이라는 보장이 없었지만, 사용자는 이런 혜택이 영구적일 것이라 믿었다.


구글은 ‘제품 품질’이라는 장점을 잃었는가

구글이 초기의 영향력을 이끌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사용자의 이탈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도입됐을 당시 그룹 화상채팅 플랫폼 줌(Zoom)이 화상회의 플랫폼의 지배적인 위치로 부상했다. 구글은 왜 줌에 화상회의 플랫폼 강자 자리를 내주었을까.

구글 행아웃은 지금은 없어진 구글 플러스(Google+)의 기능으로 2011년 출시됐다. 같은 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Zoom Video Communications)가 설립됐다. 행아웃은 2013년 앱으로 독립됐고, 같은 해 줌도 출시됐다. 구글은 제품 품질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줌보다 매우 유리했다. 그러나 행아웃은 서비스의 초점과 목적, 대상 사용자를 바꾸더니 결국 2019년 없어졌다. 그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줌은 오늘날 필수 불가결한 비즈니스 툴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입장에서 행아웃의 종말과 줌의 성장은 대참사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구글이 개인 간 통신이라는 더욱 큰 생태계를 지배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에 비하면 극히 작은 부분이다.

후자의 경우는 최근 구글이 애플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내용으로 부각됐다. 지난 9일 구글 안드로이드 공식 트위터에는 “아이메시지는 따돌림으로 이득을 취해서는 안 된다. 문자 메시지 기능으로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해결책은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한 업계 차원에서 해결하자”라는 글이 게재됐다.

구글 안드로이드의 트윗으로 WSJ(Wall Street Journal)의 기사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WSJ의 기사는 애플의 아이메시지 인터페이스가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파란색이 아닌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0대 청소년을 낙인찍는다는 내용이었다. WSJ는 말풍선 색상을 달리 하는 것이 따돌림에 해당하며, 또래의 압력을 이용해 10대 청소년이 아이폰을 사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이 문제를 한 업계 차원에서 해결하자”라는 말로 애플이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를 수용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SMS보다는 RCS가 낫지만, 아이메시지와 같은 최신 메시징 서비스에 비하면 10년 정도 뒤쳐져 있는 통신 프로토콜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비호환 메시지 플랫폼 참사를 해결할 위치에 있던 업체가 구글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아르스 테크티카(Ars Technica)에서 최근 지적한 바와 같이, 애플이 2011년 아이메시지를 출시한 이후 구글은 13개의 메시징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그 가운데 5개를 없애버렸다.

특히 행아웃은 아이메시지의 대항마로 제격이었다. 구글은 모든 플랫폼에서 행아웃을 사용하도록 추진할 수도 있었다. 구글이 그랬다면 세상은 아이메시지가 필요 없었을 것이고 스마트폰 종류를 낙인찍는 초록색 말풍선을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왓츠앱도 필요 없었을 지 모른다. 애플의 비호환성을 비난한 구글은 정작 자사 메시징 앱과 호환되는 메시징 앱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도 HTC, 넥서스(Nexus), 모토 X(Moto X) 라인에서 픽셀 상표가 붙은 현재의 라인업으로 키웠다. 픽셀 스마트폰은 2016년 처음 출시되었고 6번째 버전이 2021년 10월 28일 출시됐다. 구글은 다른 여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기업 시장과 소비자 시장에서 모두 애플과 경쟁한다. 애플은 고품질 스마트폰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개발하는 업체다.

그러나 구글은 6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쳤음에도 문제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스마트폰 인플루언서 마크스 브라운리는 트위터에 “내가 사용하는 픽셀 6 프로는 2021년 10월 출시 이후로 서서히 늘어난 버그가 너무 많아졌다. 이제 900달러라는 가격에 추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 됐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픽셀 6 사용자는 느리고 불안정한 지문 스캐닝,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연결이 끊어지는 문제, 불안정한 와이파이, 배터리 성능 부실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대부분은 하드웨어 문제라기보다 준비가 덜 된 소프트웨어 문제로 생각된다. 심지어 ‘구글, 픽셀 6 문제로 신뢰 위기 자초’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윤리적 실패’와 ‘제품 실패’의 충돌

현재 구글은 윤리적 실패와 제품 실패를 동시에 겪고 있다. 최근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구글이 소노스(Sonos)의 특허 5건을 침해해 네스트(Nest) 스마트 스피커의 수입과 판매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지적 재산 도용에 대해 사과하고 침해한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대신, 구글 사용자의 구매 기반이 되는 해당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쪽을 택했다.


‘제품 연쇄 살인마’ 같은 구글의 행보

구글에 대한 불신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신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놓고 툭하면 종료해버리는 구글의 못된 습관에 있다. 킬드바이구글(Killed by Google) 같은 사이트에는 구글이 지금껏 종료한 서비스가 정리돼 있다. 설령 이들 제품을 종료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빈도가 높다 보니 사용자는 특정 구글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뢰하거나 시간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다.

오는 2월에는 구글 보이스 구버전이 지원 종료된다. 이와 함께 구글은 구글 보이스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인 통화 전달 기능, 알림 일정 설정, 방해금지 타이머처럼 구글 보이스의 가장 매력적인 기능을 종료하고 있다. 새로운 보이스 앱에서는 옛날 보이스 앱의 일부 기능이 유지된다. 구글 보이스 구버전의 지원이 종료돼도 구글 워크스페이스 보이스 계정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업 사용자는 변함없이 구글을 신뢰할 것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구글이 받고 있는 모든 혐의와 불만사항 가운데 어느 것도 구글의 비즈니스와 제품,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고주, 경쟁업체, 사용자는 걱정을 하겠지만, 기업이나 다른 대규모 조직이 구글 제품을 불신할 정도로 중대하고 새로운 이유는 없다. 사실 필자는 구글이 사용자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서서히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부가적인 피해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구글의 법적, 윤리적 과실은 법원이 해결할 것이고, 사용자 제품의 실패는 사용자의 수요로 심판 받을 것이다. 반면, 기업 사용자 입장에서 구글은 예나 지금이나 신뢰도에 변함이 없는, 윤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업체다. 꽤 강력한 지지라고 할 수 있겠다.

editor@itworld.co.kr

Mike Elg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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