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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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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님, 해 바뀌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 왜 靑 달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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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협약(Convention Against TortureㆍCAT) 절차에 회부하자고 촉구하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위안부 피해가 유엔 고문방지협약이 정의한 '고문'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아 후속 절차를 밟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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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자필 서명한 서한을 들어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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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더 이상 못 기다려"



이날 서한에서 이 할머니는 "해가 바뀌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어떠케(어떻게) 해주시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이 글을 올린다"며 "고문방지협약으로 가는 것을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편지를 쓰자니 눈물이 난다"며 "누구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아는 분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믿는다"고 썼다.

이 할머니는 서한 전달을 위해 이날 오전 직접 청와대 앞까지 갔다. 다만 문 대통령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서한만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통해 전달됐다. 이 할머니는 서한 전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 젊은 사람들을 위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AT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한은 경기도 광주 나눔에 집에 있는 강일출(94)ㆍ박옥선(97)ㆍ이옥선(94/동명이인)ㆍ이옥선(92/동명이인) 할머니와 경북 포항에 있는 박필근(94) 할머니의 지지 서명과 함께 전달됐다. 이 할머니가 직접 다섯 명의 할머니를 찾아가 CAT 회부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 소속 신희석 전환기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그간 정부는 'CAT 회부가 이용수 할머니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는데, 이제 확실히 '국내 생존자 13분 중 의사 표시가 가능한 대부분이 찬성하는 제안'이라 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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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 형태로 제출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제안에 지지 서명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일출(94)ㆍ박필근(94)ㆍ이옥선(92)ㆍ이옥선(94)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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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 안 되면 CAT 회부 추진



앞서 이 할머니는 추진위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하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정부도 미온적이었다. ICJ 회부를 위해선 한ㆍ일 양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적인 한계도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이 할머니 측은 ICJ 회부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 정부의 의지만으로 단독 회부가 가능한 CAT 절차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CAT은 고문을 비롯해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을 방지하기 위한 협약이다. 1987년 발효돼 한국은 1995년, 일본은 1999년에 가입했다.

추진위 측은 CAT 위원회가 위안부 피해를 '고문'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할 경우 일본 정부의 동의 없이도 국가 간 통보에 따른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지난 2019년 CAT 위원회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중 세르비아 민병대가 보스니아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을 고문으로 인정한 전례도 있다. 다만 국가 간 조정 절차가 활용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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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육성철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실 행정관에게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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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지난달 1일 김부겸 국무총리, 지난달 15일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 위안부 문제의 CAT 회부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지난해 10월 대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편지 형식의 모두발언을 통해 "눈물로 호소한다"고 말했고, 지난 14일에도 비공개로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문 대통령 앞으로 된 친필 서한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 할머니 측이 요청하는 ICJ 혹은 CAT 회부 방안 모두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의견들을 참고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와 관련해서 (이용수 할머니 외) 다른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 학술적 문제도 추가적으로 살펴보겠다"며 "CAT 회부에 대해서도 국제법적 실효성 문제를 포함해 신중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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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협약(CAT) 절차에 회부하자고 촉구하는 내용의 친필 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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