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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서는 두 번째 큰절을 했네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새해 첫날 큰절을 한 적이 있고요. 모두 정치적인 큰절이죠. 큰절 정치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나 표를 호소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그 역사가 오래됐죠. 유독 한국 정치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큰절을 하면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요?
몸 낮춘 이재명…두 번째 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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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경기 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약 발표에 얖서 큰절을 하는 장면이에요. 미리 예정된 건 아니고요, 이 후보뿐 아니라 윤호중 원내대표 등 배석했던 민주당 의원 15명도 함께 큰절을 올렸죠. 큰절 뒤에 이재명 후보는 '반성'과 '사죄', '사과'라는 단어를 6차례 썼다고 해요. "민주당이 개혁·진보 세력의 핵심 가치랄 수 있는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 인재 채용에서도 폭이 넓지 못했다. 국민들이 '내로남불'이라며 질책하셨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죠.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고 몸을 한껏 낮춘 거죠. 민주당의 잘못을 많이 거론한 걸로 봐서는 문재인 정부와 거리두기의 의미도 담긴 큰절로 보이네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이재명 후보가 사죄의 큰절을 한 건 두 번째죠. 지난해 11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의 아픈 마음과 어려움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했다"며 큰절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이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요.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뒤지고 있었죠.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되고 난 뒤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여론조사 경쟁에서 치고 나가자 이재명 후보 측에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선대위도 개편하고 사죄의 큰절을 올렸죠. 오늘(24일) 큰절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네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이 후보 입장에서 보면 지지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확장성 측면에서 심각하게 볼 수 있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거든요. 또, 정권심판론이 50%를 넘나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일 것이고요. 설연휴를 계기로 판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을 것으로 보이네요.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YTN에 출연해서 비슷한 얘기를 했군요.
► 앵커: 대변인님, 지난해 11월에 이어서 오늘 또 큰절을 했는데 지지율과 관련된 그런 위기의식이 작용을 했다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어떻습니까?
► 남영희 대변인: 결코 그것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는 건데요. 저도 지금 같은 심정으로 절을 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가 어제 부동산 폭탄 정도의 파괴적인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거든요. 이것이 수도권 민심을 계속해서 진단하고 평가하면서 수도권에 있는 무주택자들에 고통을 안긴 부분, 문재인 정부의 실점이라고 이미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 많은 성찰과 반성이 있었습니다. 이것과 같은 맥락으로 오늘 새롭게 앞에 설 민심을 앞두고 있기도 하지만 정말 지금 민주당의 자세는 반성을 많이 해야 된다라는 것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것이고요. 또 한편으로는 지지자들께 좀 더 결집을 해달라, 더 노력하겠다, 이런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한 진정성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두까지 벗고…큰절로 새해 시작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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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새해 첫날 큰절을 했죠. 선거대책위원회 신년 인사 자리였는데요, 구두까지 벗고 예정에 없던 큰절을 올린 거죠. "부족한 점을 고쳐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정권교체에 만약 실패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오만은 곧 독약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어느 순간 우리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라는 말을 했고요.
이때 국민의힘 상황과 여론지형을 잠시 살펴볼까요? 국민의힘 선대위가 극심한 내횽에 시달리면서 초비상이었죠.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다가, 선대위 쇄신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윤 후보가 공개 충돌하며 갈등이 심화됐거든요. 이후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고요. 당시 윤 후보 지지율은 역전을 허용하고 하락세였죠. SBS 신년 여론조사만 봐도 1위 이재명 후보와 2위 윤석열 후보의 격차가 8.9% 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거든요. 윤 후보 큰절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였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위기 때마다 큰절…상대방은 정치 공세
후보가 큰절을 하면 상대편에서 의미를 깎야내리며 아픈 곳을 공격하곤 했는데요. 이재명 후보가 처음 큰절을 하고 나서 윤석열 후보는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못 봐주겠다'는 식으로 말했죠.
맨날 어디 다니면서 엎드려서 큰절하고 눈물 흘리고 참 못 봐주겠다. 제가 아마 언론을 통해서 자주 듣는 것 말고도 제 기억에만 한 대여섯 번 '대장동이 자기가 설계한 것이고 도장 하나로 5천억 원이 성남시에 들어왔다'고 하면서 아주 자기 실적이라고 자랑한 것이 벌써 한 두 번이 아닌데 이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후보가 올해 첫날 큰절하자 이번엔 민주당에서 공세의 포문을 열었죠. 선대위 박성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새해 벽두 버선발로 보여준 깜짝 큰 절이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는데요. 조금 자세히 인용해 볼게요.
■ 윤 후보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보, 무엇이 본심입니까?
(생략) 자신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빼고 하는 통합은 통합이 아닙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 무엇이 윤 후보의 본심입니까? (..) 또한 그 동안의 네거티브 공세와 막말들, 윤핵관을 돌격대 삼아 독주했던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반성과 사과부터 선행해야 할 것입니다. 새해 벽두 버선발로 보여준 깜짝 큰 절이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길 바랍니다.
오늘(24일) 이재명 후보의 큰절에 대해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본인이 패배를 직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큰절로 용서를 비는 건, 정계에서는 필패의 징크스” 라고 쏘아붙였네요.
선거철에 큰절..이젠 낯설지 않아
과거 대선에서도 큰절 읍소가 많았지요. 근데 이번 대선의 큰절과 성격은 조금 달라요.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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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이던 2017년 4월, 전북의 한 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린 정책발표회에 참석해 어르신께 큰절을 올렸는데요, 무엇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죠. "제가 올해 만 64세입니다. 어떤 정당은 저보고 이제는 노쇠했다, 노쇠한 후보라 하는데 어르신들 맞는 말입니까? 오히려 나이가 경륜이고, 나이가 지혜고, 그렇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했는데요, 어르신 표심 잡기 위한 큰절이라고 볼 수 있겠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후보로 나선 대선은 아니고요,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서울 조계사에서 108배를 올린 적이 있죠. 이때는 한나라당 대표였는데요, 당이 불법선거자금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자 108배를 올리며 지지율 회복을 노린 거죠.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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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는 아니지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2년 전 총선을 앞두고 큰절을 많이 했는데요, 황 전 대표는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선거 기간 내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죠. 그래서 선거 종로 15개 동을 돌며 '큰절유세'를 벌인 적이 있죠. 결과는 큰 표 차이의 낙선이었고요.
큰절하면 민심 움직이나?
큰절 정치를 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유교적 규범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예의를 다한 인사의 하나일 수도 있고요, 유권자 앞에 엎드리면서 유권자를 모시겠다는 의사 표시일 수도 있고요, 여러가지 의미가 복합적일 수 있죠. 특히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처럼 잘못을 사과하면서 큰절하는 건 과거와 단절하고 새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두 후보의 큰절은 간절함과 절박함을 담은 호소로 보이네요. 하지만 선거철에 후보들이 큰절하는 장면을 보는 게 더 이상 새롭지 않은데요, 되풀이되는 큰절 정치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큰절로 표를 얻고 당선 된 뒤에 변하는 정치인들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오늘의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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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있는 효성티앤씨 공장 화재를 진화하는 사진이에요. 효성티앤씨는 섬유 소재를 생산하는데요, 어제(23일) 발생한 화재가 오늘(24일) 오후까지도 진화되지 않았죠. 공장 덕트가 불길 통로 역할을 하고 가연성 제품이 보관된 창고로 불이 옮아 붙어서 진화가 어려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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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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