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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국, 동유럽 신규 파병 검토”…우크라 내 자국민 철수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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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발트해·나토에 미군 수천명 급파 검토
“도발 자제에서 강경 모드 전환 고려”


경향신문

미국 국무부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소재 대사관 직원 가족 및 비필수 인력 철수 명령과 우크라이나 소재 자국민 철수 권고하며 발표한 여행 권고. |미 국무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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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수천명을 동유럽 지역에 급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과 비필수 인력 철수에 돌입했고, 자국민의 러시아 여행도 금지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에 10만명이 넘는 군사를 배치한 상태인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는 와중에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강공 카드를 잇따라 꺼내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발트해와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에 미군 수천명과 군함, 전투기 등을 신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은 22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1000~5000명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나토 동맹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파병 규모를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초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민 대피 작전도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중대한 군사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면서 정부가 채용한 우크라이나 주재 직원의 자발적 대피와 키에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 가족들의 대피 명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시민들에 대해서도 “상업용 또는 기타 가용한 교통 수단을 이용해 즉각 대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날 러시아를 여행 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 배치와 훈련이 이어지는 데 따라 현지에 있거나 여행을 가려는 미국인은 국경 상황이 예측 불가능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및 영사관 일부 직원과 가족들을 철수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0년 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면서 미국의 국익이 심대하게 위협받지 않는 한 해외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키자 침공시 가혹한 경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파병 등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 예고 등 군사적 위협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며 실제 침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강경 모드로의 전환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푸틴)가 실제로 움직이면 우리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주둔 미군 병력을 늘릴 것”이라면서 “그들은 나토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유럽에 미군을 신규로 배치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추구하고자 했던 나토 동진 봉쇄와는 정반대의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동유럽에 대한 신규 파병 결정이 내려질 경우 미국 본토 주둔 병력과 유럽 내 타지역 주둔 병력이 이동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군사 훈련을 위해 미군 150여명이 파견돼 있다.

미국이 지원한 군사 장비도 우크라이나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2차 미국 군사 지원 물품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번째 새가 키에프에 왔다. 우크라이나 방위력 증강을 위한 미국 친구들이 보낸 80t 이상의 무기다”라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총 2억달러(약 2386억원) 규모의 군사 장비 지원을 약속했으며, 1차 지원 물품은 지난 22일 도착했다. 미국뿐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에스토니아, 영국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군사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미·러 대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나토의 동진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에 공격 무기 배치를 중단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안에 대한 미국의 서면 답변 전달이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담판 회담 후 “다음 주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문서로 된 답변을 받기로 했다”면서 “답변을 받은 뒤에 새로운 접촉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변수 중 하나라는 전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크림반도를 침공한 것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 세계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 기간이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무엇이 이익인지에 기반한 푸틴 대통령의 계산에 기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실제 침공한다면 2월 중에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군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순수히 군사적 관점에서는 땅이 얼어 있는 2월에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2월 이후에는 땅이 녹아 러시아 기갑부대가 이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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