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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쿠데타 1년]③이양희 前유엔보고관 "이대로 1년 가면 파탄국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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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금수·가스전 수익금 차단 표적 제재 해야…개별 국가도 가능"

"토탈, 표적 제재 찬성 큰 의미…국제사회 책무 다해야"

"라카인주 반군도 돌아서 전역서 반군부 투쟁…군부, 예상 밖 반발에 조급해져"

연합뉴스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자료사진). 2018.3.12
[EPA=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지금 상태 그대로 또 1년이 지나면 정말 미얀마는 파탄 국가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이 전 보고관은 미얀마 쿠데타 1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지난 21일 한 전화 인터뷰에서 "미얀마 국민이 갖은 노력을 다해 군부의 총과 대포에 대항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도 자신들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보고관은 전직 유엔 미얀마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미얀마 특별자문위원회(SAC-M)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유엔 로힝야 사태 진상조사단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단장 및 크리스토퍼 시도티 전 조사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무기 금수 및 가스·원유전 수익금에 대한 표적 제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이 아니더라도 각 국가가 의지만 있다면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압박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전 보고관은 미얀마 내 상황과 관련, 최근 서부 라카인주 반군이 군부와 갈등을 빚는 상황은 미얀마 전역으로 반군부 투쟁이 확산했음을 의미한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군부가 오래 지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군부가 최근 항공기 공습을 강화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 역시 국민적 저항이 예상외로 거세자 조급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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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고문 석방을 외치며 반군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2021.4.1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음은 이 전 보고관과의 일문일답.

-- 미얀마 쿠데타 1년을 평가한다면.

▲ 군부는 과거처럼 소탕 작업이 진행되면 바로 반발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많이 놀랐을 거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봄의 혁명' 투쟁이 1년 동안이나 지속됐다는 게 놀랍다.

-- 군부가 지난 1년간 수도 네피도를 빼고는 미얀마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은데.

▲ 동의한다. 국민 저항이 미얀마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카렌주와 카야주 등에서 항공기 공습이 많아지고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35명가량을 불태우는 등 잔악한 살상을 하는 것은 그만큼 군부가 조급해졌다는 방증이다.

사병은 물론 장교들의 탈영도 증가한 걸로 알고 있다.

최근 상황 중 주목할 부분은 쿠데타 이후 유일하다시피 군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서부 라카인주 반군 아라칸 군까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미얀마 전역으로 반군부 투쟁이 확산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군부도 오래 견디지 못할 수도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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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잉 지역의 민간 무장세력인 시민방위군(PDF) 모습
[Indaw PDF/이라와디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무장 투쟁이 예상외로 강고한 것 같다.

▲ 주민 무장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이 군정에 상당한 타격을 준 걸로 평가한다.

이들은 수 십년간 주류 버마족에게 대항해 투쟁해 온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여러 곳에서 무장 투쟁을 펼쳤다.

쿠데타 초기 언급됐던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방군 결성은 중장기적 과제다.

지금은 대부분 버마족인 PDF가 이들과 연대해서 싸우는 게 중요하다.

미얀마 독립 후 처음으로 주류 버마족이 소수민족과 힘을 합하는 것으로, 미얀마가 향후 민주연방국가로 탈바꿈할 소중한 기회일 수도 있다.

-- 지난 1년간 국제사회 대응을 평가한다면.

▲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장 중요한 데 지난 1년간 활동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군정을 옹호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망스럽다.

각국으로 봐도 아쉽다. 유엔 체제를 통하지 않고서도 의지만 있다면 압박을 가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호주, 인도 그리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역시 일견 예상은 했지만, 이빨 빠진 고양이라고 할 정도로 무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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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미얀마 나우 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국제사회가 군정을 상대로 수 있는 실효적 제재 방안이 있다면.

▲ 무기 금수는 안보리가 아니어도 개별 국가들이 하면 된다.

가장 큰 '돈줄'인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수익금이 군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표적 제재도 마찬가지다.

주요 국가들이 나서면 된다. 그렇게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쿠데타 이후 여러 제재를 가했지만 유독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MOGE)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았다.

MOGE와 사업하는 미국의 거대 정유기업인 셰브런의 로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 인터뷰 몇 시간 뒤 미국 셰브런사는 미얀마 사업 철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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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주 프루소구 모소 마을에서 옆으로 늘어선 차들이 불에 타 잔해가 된 모습.
[KNDF 제공/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가까운 미래에 미얀마 정국에 변화가 있을까.

▲ 아직은 상황을 바꿀 결정적 변수는 안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의 1년이 지금과 같이 또 그대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미얀마 국토는 완전히 초토화될 거고, 너무나 많은 인명 피해도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얀마는 거의 파탄국가에 가까워질 것이다. 이런 뒤에 국가재건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좀 전에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무기 금수 조치와 원유·가스전 수익금에 대한 표적 제재에 각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랑스 거대 에너지 기업인 토탈사가 가스전 수익금 차단을 위한 표적 제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쿠데타 1년을 지나오면서 나온 굉장히 의미 있는 일 중 하나다.

군부 돈줄을 차단하는 표적 제재는 무기금수 조치와 함께 미얀마 시민사회단체 및 NUG가 국제사회에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이다. 이런 개입이 있어야 거리낌 없이 유혈 탄압을 자행하는 미얀마 군정을 견제할 수 있다.

미얀마 국민이 1년 동안 갖은 수단을 써서 저렇게 군부의 총과 대포 앞에서 저항하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국제사회가 최소한 해줘야 할 책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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