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 중 여성이 9명…신학 전공 김나영씨 영예
평신도 직무 수여 예식 집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를 집례하고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직무를 수여했다.
교황은 2019년 9월 자의교서(Motu proprio·교황 문서)를 통해 가톨릭 절기로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했다. 신자들이 성경을 더 경건하고 친숙하게 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정 이후 세 번째인 이 미사에서는 전례 없는 특별한 예식이 있었다. 교황이 주례한 평신도 직무 수여식이다.
교황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선정된 전 세계 남녀 평신도 16명에게 독서직 또는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이처럼 공식적인 전례를 통해 평신도의 직무 수여식을 한 것은 처음이다.
교회를 지탱하는 주요 구성원으로서 평신도의 존재를 존중하고 그 역할 확대를 모색해온 교황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교황에게서 독서직 직무를 받은 김나영씨 |
독서직은 말씀 전례 때 성경을 낭독하는 역할을 하며, 작년 5월 공식 직무로 인정받은 교리교사직은 예비 신자의 교리 교육 등을 담당하는 직무다.
직무를 받은 이들 중에는 여성도 다수 포함됐다. 독서직 8명 가운데 6명이, 교리교사직에선 8명 중 3명이 여성이다.
교황은 앞서 작년 1월 자의 교서를 통해 여성 평신도도 독서·시종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한 바 있다. 이미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해온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직무 수여식에서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안대 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영(38)씨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독서자로 선정된 김씨는 예식에서 교황을 마주한 채 한글로 된 성경을 받았다.
김씨는 "직무에 맞게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의 말씀을 더 잘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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