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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 북한 핵 보유 확실한데 아무것도 안해…상황 악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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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릴 전 美국무부 동북아실장 인터뷰

동아일보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재앙으로 끝나게 될 것 같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실장(79)은 21일(현지 시간) 전화와 이메일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북핵 문제 악화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메릴 전 실장은 20여 년간 국무부에서 북한 등 동북아시아 정세분석관으로 일한 뒤 2014년 은퇴한 후에도 2018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과 민관 합동 협의체인 ‘1.5트랙’ 대화에 미국 대표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중단)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북한은 한국의 대선 전까지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미룰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나 핵실험은 중국을 몹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 재개는 미국에도 위협이 될 텐데.

“당연히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바이든 행정부에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미국 내에선 안보가 취약해졌다고 느낄 것이고 당장 뭔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상황을 되돌리기에 너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와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은 재앙으로 끝날 것 같다. 북한이 이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도 아무도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문제를 풀려는 것이 아니라 마치 미국 여론을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은가. 바이든 행정부가 그들의 정책을 뭐라고 부르던 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라고 생각한다. 그건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길 기다리는) 일종의 의존 증후군(dependency syndrome)이 있는 것 같다. 계속 북한 문제를 피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의 핵개발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으로 얻어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미 북한은 핵보유국의 선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계속 새로운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그런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북한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의 선회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과 잠수함탄도탄, 고체연료 미사일 등은 의심의 여지없이 북한이 추적 가능성을 피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할 것이다. 북한은 또 미사일을 한번에 동시 발사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압도할 수도 있다. 미사일은 항상 (방어망을) 뚫을 수 있게 된다.”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면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맺는 것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위해 핵을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를 잘 살펴보고 새로운 접근법을 내놔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있는데.

“지금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더 진지하고 지속가능한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처럼 북한과의 협상에 경험이 많은 이들이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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