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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틱낫한, 삶의 지침이었다"…성난 불심에 연꽃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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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정치노트: 대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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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2022.1.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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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불심' 되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불교계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봉이 김선달" 비유에 반발했지만 그 바탕에 문재인정부가 종교편향적이고 불교를 왜곡해왔다는 불만이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열반(별세의 불교식 표현)한 세계적 승려 틱낫한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이 불교계를 향해 유대감과 공감을 드러낸 셈이어서 불교계 반응이 주목된다.


文 "틱낫한 방한때 많은 공감"

22일 틱낫한 스님 열반 소식이 들리자 문 대통령은 "세계적 불교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열반하셨다"며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글은 결코 짧지않은 분량이다.

문 대통령은 "틱낫한 스님은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으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며 고인의 반전·평화·인권 운동, 난민 구제 활동, 명상수행 전파 등을 열거했다. 특히 "생전에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시기도 했다"며 "저는 그때 스님의 '걷기명상'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고 했다. 틱낫한 스님은 '마음챙김' '명상' 등의 키워드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수많은 저서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아름다운 시와 글로 전하면서 '마음 챙김'을 늘 강조하셨다. 스님의 행복론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삶의 지침이 되기도 했다"며 "스님의 족적과 어록, 가르침은 사람들의 실천 속에서 언제나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글은 고인에 대한 애도이면서 정부에 성난 '불심'을 드러내보인 국내 불교계를 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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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 스님들이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하고 있다. 2022.1.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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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협조하던 조계종, 불심(佛心)이 不心으로?

조계종 측은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 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구청 추산으로 약 4000명이 참석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에 매우 협조적이던 불교계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확산이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대규모 승려대회를 추진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769명 나왔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아울러 자비심과 평화를 강조해 온 조계종이 정부를 강력 성토하는 정치집회를, 그것도 대선 국면에 열었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해 9월로 간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댄 발언이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다. 볼교계는 당시에도 즉각 반발했다. 이 사건 하나는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불만 지점은 더 있다.

불교계는 문재인정부가 지나치게 특정종교, 즉 가톨릭에 치우쳐 있고 불교왜곡도 심하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보통의 국가원수를 만날 때 이상으로 공들이는 것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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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DMZ 철조망 십자가를 선물하고 있다.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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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수가 교황에 굴욕적 알현" 원색비난

여기에 지난해 말 정부가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나선 것이 기름을 부었다. 이미 보편화된 크리스마스 캐럴이 종교를 넘어 문화에 가깝다는 게 문화부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성난 불심(佛心)은 가라앉지 않고,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에게 비우호적인 '불심'(不心)으로 번지는 양상이 됐다.

이런 상황은 승려대회 참석자들 발언에서 알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불교계가 보여준 헌신의 결과를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문화재보호법으로 보장받는 문화재 구역의 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는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 스님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돼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인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과 스님들을 국민적 비난거리로 만들었다"며 "(사찰과 스님들을) '통행세'를 받는 산적 취급을 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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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두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 논란을 일으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논란 발언에 사과를 하고 있다. 2022.1.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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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코앞 민주당, 발등에 불…'사과'

불교계 여론이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이재명 후보는 물론, 송영길 대표가 나서 여러차례 불교계와 화해를 추진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7일, 비공개 일정으로 강원 평창의 월정사(조계종)를 찾았다. 이곳엔 조선시대실록을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에 맞춰 장기간 불교계 과제로 꼽힌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궤'의 제자리 찾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송 대표는 이달 부산 범어사를 방문하는 등 불교계 지도급 원로승려들과 두루 접촉했다. 송 대표는 21일 승려대회에도 직접 참석, 사과메시지를 내려 했다. 그러나 불교계 반발로 발길을 돌렸다.

송 대표는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불교계에 심려를 끼쳤다"며 "대통령 의전에 있어서 더 신중하고 철저하게 해 특정 종교 편향 오해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단'을 제공한 정청래 의원도 별도로 사과했다. 정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저로 인해 불교계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몇 달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며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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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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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내 자성론…자비·화해 정신은 어디?

많은 국민들에게는 국립공원에 등산한다는 이유로 사찰에 입장료를 내는 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조계종이 '기득권'을 위해 실력행사에 나서느냐는 내부 비판도 있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지낸 허정 스님은 지난 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입장료는 오래 전부터 문제였다"며 "문화재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까지 돈을 내라고 하니까 상식적으로 좀 너무 야박해 보인다. 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허정 스님은 '캐럴 활성화'에 대해 "문체부가 처음 종교 편향적으로 한 건 맞다"면서도 "조계종이 유감을 표현했을 때 문체부 장관이 와서 사과했다. 그러면 그 차원에서 놔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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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뉴스1) 이동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를 찾아 주지 현문스님과 대화를 나누며 사찰을 걷고 있다. 2022.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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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도 억울한 점이 있다. 사찰 관람료의 경우 정확한 명칭은 문화재구역입장료다. 송 대표는 "관람료의 시작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사찰 등의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편입시켜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립공원 관람료 논의는 합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입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제도적 대안 마련 약속에, 문 대통령의 세계적 '고승' 틱낫한 추모글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중동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날 곧장 메시지를 낸 건 불교계의 뜻을 잘 알고있다고 밝힌 의미도 된다. 성난 불심은 어디로 갈까.

'연꽃'은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불교의 상징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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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영길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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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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