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그러나 노동 시간 짧은 '불완전 취업자' 수는 107만명 돌파
지난 2019년 대비 42.7% 증가…'고용의 질' 악화 우려
초단기 알바 옮겨다니며 구직하는 '취준준생' 신조어 나와
전문가 "소득, 고용 안정성 악화되면 일자리 질 나빠져"
지난해 주간 평균 노동 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불완전 취업자' 수가 107만명을 돌파했다. 사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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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국내 일자리 시장이 아직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냉각의 여파를 떨쳐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 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너무 짧은 시간을 일하는 데다 추가 노동 의향도 있는 '불완전 취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양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는 소득이 낮은 서민 계층에서 일자리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727만3000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36만9000명(1.4%) 증가했다. 코로나19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지난 2020년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21만9000명 감소했었다. 즉, 취업자 수만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는 총 10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간 일하는 시간이 36시간 미만이기 때문에 추가 취업이 가능하며, 추가 노동 의욕도 있는 근로자들을 뜻한다. 이 때문에 '불완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들의 숫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무려 42.7% 증가해,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해 2.8%에서 지난해 3.9%까지 1.1%p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에 민감한 대면 서비스직인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추가 취업 가능자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19년과 2021년 사이 증가폭을 비교하면, 숙박음식점업에서 4만1000명 증가했고, 이어 도·소매업에서 3만8000명, 교육서비스업(3만6000명) 순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2020년 12월24일 부산 젊음의 거리가 텅 빈 모습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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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우려 때문에 규모가 축소되거나 아예 일정이 취소된 공연, 콘서트 등도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에서 추가 취업 가능자 숫자는 3만3000명 증가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소득이 끊기면서 '초단기 알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A씨(31)는 "무대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데 한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할 때는 아예 일이 없었다. 정부의 예술인 지원금 만으로는 버티기도 빠듯했다"라며 "그렇다고 당장 일반 사무직으로 취직을 하기에는 이렇다 할 스펙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배달 라이더 정도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규칙하게 일했기 때문에 내 노동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도 모르겠다"라며 "한가지 확실한 건 그 기간 동안 정말 힘들고 자괴감까지 들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취준준생'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취준준생은 '취업준비 준비생'의 준말로,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확충하면서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B씨(26)는 "단기 알바 플랫폼을 통해 번역 보조 일자리를 구했다. 하루 3~4시간 일하면서 번 돈으로 끼니와 교통비를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은 취업 준비하는 데 쓴다"라며 "취준준생이라는 말은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게시판을 보고 있는 구직자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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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취준준생'인 C씨(27)는 "일하는 시간이 적으면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날 줄 알았지만, 출퇴근까지 합치면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체력은 체력대로 빠지고 돈은 돈대로 못 번다"라며 "이러다가 평생 알바 자리만 옮겨 다니면서 살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져 잠도 못 이룰 때도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초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인 구직자 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6.2%는 '나는 취준준생이다'라고 답변했다.
취준준생들은 1주일에 평균 19시간을 일하는 등 초단기 알바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월평균 수입은 86만원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중 대다수인 84%는 '취업 준비와 경제 활동을 함께 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경제 활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는 '의식주 등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63.6%)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불완전한 일자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전체 고용의 질을 악화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단기 알바, 미니잡 등 단기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근로자에게 혜택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소득이 보장될 때의 이야기"라며 "지금 불완전 취업자로 떨어지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소득에서 큰 피해를 보고, 고용 안전성도 더욱 열악해지기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완전 취업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적절한 정책으로 노동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라며 "단순히 현금 지원 정책을 남발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동자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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