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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데스크라인]중고차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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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서울시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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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인기 중고차 시세가 신차 출고가를 웃돈다고 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길게는 약 1년 늘어나면서 벌어진 기현상이다.

아무리 최신 모델이고 주행거리가 짧은 차량이라도 한번 포장지를 벗긴 제품이다. 중고차 판매가격이 신차보다 비싸게 불린다는 게 언뜻 이해되진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을 전한 관련 기사의 댓글에도 “말이 되는 소리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등 믿기 어렵다는 내용이 많다.

이 가격에 실제 판매가 이뤄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중고차 매물 시세가 오른 것은 사실이다. 1년 가까이 기다려서 신차를 인도받느니 상태만 좋다면 지금 당장 타고 다닐 수 있는 중고차가 더 낫지 않겠냐며 소비자의 마음을 떠보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소비자에게 달렸다. 신차 수준의 중고차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의 구형 중고차를 찾으면 된다. 다만 어느 쪽이든 중고차 평균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니 실수요자의 고민은 커질 듯하다.

다른 쪽에서도 중고차를 둘러싼 고민이 불거졌다.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 문제다.

중고차 매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효력이 지난 2019년 일몰된 후 대기업 시장 진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는 정부가 3년 가까이 결정을 미루자 지난해 하반기에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이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현대자동차에 중고차 사업 일시정지를 권고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정부의 권고가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상황과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에 관한 심의위원회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가장 중요한 소비자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 기사의 댓글도 정부 방침에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그간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누적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과 달리 수입차업체가 오래전부터 중고차 사업을 하면서 벌어진 우리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다만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를 판매하다고 소비자 불만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제조사가 직접 인증한 중고차여서 신뢰도와 품질은 높아지겠지만 독점적 지위를 앞세워 시세를 조정할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이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면 소비자가 굳이 대기업을 찾을 이유도 없다.

이 역시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에 적합한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해서 이용하면 된다. 혹시나 모를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정부와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등으로 적발하고, 사후에 강력하게 규제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이미 수년째 지연된 결정을 또다시 뒤로 미룬 것은 이래저래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게다가 다음 심의위는 대선이 끝난 3월에나 열린다고 하니 이마저 언제 결정될지 모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일이 복잡하면 그저 미루지만 말고 간단히 보는 것도 방법이다. 소비자 편익에 우선순위를 두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방향으로 중고차 대란을 풀어 보자.

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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