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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집값 주춤하며 분양시장도 ‘멈칫’…옥석가리기 치열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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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6일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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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흥행 가도를 이어가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조치 등의 여파로 아파트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약 수요자들도 관망세에 들어간 것이다. 지방에서는 무더기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고, 수도권에서도 일부 청약 미달이 나오면서 분양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청약 단지가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달 14∼16일에 청약한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는 일반공급 358가구 모집에서 1, 2순위까지 85명만 신청해 미달됐다.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대구 달서구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와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도 2순위까지 청약 인원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그밖에 부산과 울산, 경북 포항시, 전북 익산시, 전남 구례군, 강원 평창군, 철원군 등에서도 줄줄이 미달 사태가 이어졌다.

수도권 분양시장도 충격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3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의 안성 우방 아이유쉘 에스티지는 전용면적 84㎡형 914가구 중 절반이 훌쩍 넘는 580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해 11월 인천 연수구의 송도 자이 더 스타는 2만여명이 청약을 신청하며 평균 1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지만, 최근 당첨자 정당 계약에서 530여가구(35%)가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꺾이지 않던 청약 열기가 주춤해진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잔금대출까지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를 받게 되면서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도 까다로워졌다. 여기에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조치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도권보다는 지방 분양시장이 더 큰 충격파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건설업체들의 분양경기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76.2로 지난달보다 12.2포인트 내려갔다. HSSI는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인기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청약경쟁률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 전체가 침체기로 접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 11일 국내 최초로 풀린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에서 일반 분양을 진행한 서울 송파구의 송파 더 플래티넘은 높은 분양가(3.3㎡당 5200만원)에도 불구하고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몰려 평균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의 흐름으로 볼 때 공급이 쉽게 늘기 어려운 서울과 수도권 도심 지역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방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미달이 나오면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무조건 청약을 넣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입지와 대출 여건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여신강화에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아파트 거래시장이 숨을 고르면서 청약시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소규모 단지는 예전처럼 수요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지역별, 단지별 양극화와 청약 수요자가 옥석 고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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