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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할아버지가 아빠된다? 손녀 입양 하려는 조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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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122)



Q : 어느 날 갑자기 손녀가 생겼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던 아들은 대학생이 되어 같은 과 여학생을 만나 금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놀러 왔는데 성격도 좋아 보였고 적극적이어서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생겼다고 하네요. 내가 키워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어요. 손녀를 데리고 나가니 이웃들은 언제 늦둥이를 가졌냐고 물었고, 저희는 늦둥이가 생기니 새로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면서 아이를 사랑으로 키웠습니다. 비록 아들과 여자 친구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손녀를 자신들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했고, 아들이 제대하면 결혼식을 하기로 여자 친구 부모와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들은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여자 친구와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했답니다. 나는 입양을 보내겠다면 차라리 우리 내외가 딸로 입양해 키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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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의해서 입양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면밀하게 살핀 후 아이를 위해 꼭 입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신청해야한다.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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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종래 우리나라에서 입양은 조상의 제사와 가계의 계승을 위하여 행해졌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입양되는 자녀의 복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사례자처럼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겠다고 청구한 사건에서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허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조부모가 양부모로서 아이를 입양해 양육하고자 할 여러 사정이 있어도 무엇보다 아이의 친생 부모가 생존하고 있는데 조부모가 입양을 하면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이 문제에서 무척 소극적이었습니다. 위 대법원의 사실심도 위와 같은 이유와 현 상태에서 조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장래 아이가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아이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조부모가 입양해 친생부모가 아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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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가 양부모로 아이를 입양해 양육하고자 할 여러 사정이 있어도 아이의 친생 부모가 생존하고 있는데 조부모가 입양을 하면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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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건 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조부모의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자녀에게 더 이익이 된다며 입양을 허가했습니다. 친생부모나 자녀에 대한 가사조사나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이를 비교·형량해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반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 결정을 파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사례자는 단순히 감정에 의해서 입양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입양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이의 친생부모를 위한 것인지, 아이를 자녀로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사가 있는지, 사례자가 입양을 하면 아이의 복리에 어떠한 도움이 되고,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지, 아이는 사례자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렇다면 입양에 대한 의사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아이를 위해 꼭 입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가정법원에 신청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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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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