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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선관위 걸려온 이례적인 靑전화...野 "대선개입"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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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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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권한과 관련이 있는 선관위 내부 규정의 10년치 개정 내역을 선관위로부터 받아간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로 “청와대가 선관위 내부 규정을 고쳐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행적이 드러난 것이다.

19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 김모 행정관은 지난해 11월 23일 선관위 행정국제과에 ‘2010년 이후 위임전결규정 개정사항’을 요구했다. 공식 문서를 통한 통상적인 자료 요구와 달리 ‘유선 전화’를 통해서였다.

김 행정관의 이같은 요청은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이례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청와대가 선관위에 요구한 165건 자료 중 164건은 인사검증 등을 위한 업무요청이었다. 164건의 형식은 모두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의 공문이었다. 공식 공문인 만큼 발송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위임전결규정 관련 자료 요구는 유독 선관위 내부 규정에 관한 요구였다. 자료 요청도 유선 전화로 이뤄져 정식 요건을 갖추지도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런 자료를 받아간 것을 두고 "선관위 상임위원의 위임전결 권한을 늘리기 위한 사전 자료 수집 차원 아니냐"고 분석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 핵심적 역할을 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관례에 따라 각각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지명한다. 관례적으로 위원장은 대법관 중에서 뽑히기 때문에 상임위원이 선관위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인식이다. 그렇더라도 최종 결정권자는 기관장인 위원장이기 때문에 어떤 업무와 관련해 따로 위임전결규정이 없다면 위원장의 결재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상임위원에게 위임전결된 업무가 많아야 상임위원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이다.

여권 일각엔 “조해주 상임위원이 취임 후 기대만큼 여권에 유리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결재권이 없었기 때문”이란 인식도 있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가 위임전결규정의 개정 내역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이런 인식과 맞닿아 있고, “대통령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임위원의 권한을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야권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게다가 친여 성향으로 논란을 빚어온 조해주 상임위원이 최근 임기만료에 따라 낸 사표를 문 대통령이 반려한 일이 19일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야권에선 “조해주 상임위원은 비상임 위원으로 돌리고, 새로 상임위원을 임명해 선관위원 중 친여 성향을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도읍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이전까지는 상임위원의 전결권한이 막강했다. 중요한 기본방침과 계획 수립 및 시행부터 선관위의 규칙과 훈령 예규의 제·개정 및 폐지, 위원회에 상정되는 안건과 공직선거의 중요 계획 수정 또는 변경 권한을 갖고 있었다.

또한 선거법 위반행위 예방 및 감시 단속 기본계획, 주요 선거 때 관계 법령 위반 혐의에 대한 의견 표시에 이르기까지 권한의 폭이 넓었다. 그러나 2012년 12월 선관위 규칙 개정을 통해 ‘위원장을 보좌해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는 것으로 상임위원의 역할이 바뀌면서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김 의원은 “헌법 상 독립성이 보장된 선관위 내부 규정을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임전결규정은 내부 규정으로 청와대가 개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김 행정관의 자료 요구는 윗선인 김외숙 인사수석, 그 위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김 수석은 본 사안에 관해 문 대통령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고 김 행정관에게 무슨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활동해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청와대의 자료 요구 행위는 선관위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양 대변인은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조해주 상임위원의 임기를 연장하고 내규에 간섭하는 등 선관위 통제를 강화하려는 청와대의 저의는 무엇인가”라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아야 하는 법인데, 청와대의 대선 개입 의지가 드러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관련 의혹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선관위가 청와대로부터 자료 요구를 받을 때 상임위원의 권한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지 선관위에 질의했으나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고만 답했다.

청와대는 자료요청 사실은 인정했지만, 선관위 개입 의도 등에 대해서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선관위 상임위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내부 자료를 만들기 위해 자료 요구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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