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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폭발로 사라진 화산섬…통가의 영웅 “조국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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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피타 타우파토푸아


“통가는 도움이 절실합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인 피타 타우파토푸아(38·사진)가 화산 폭발과 지진해일로 피해를 본 조국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인구 10만 명의 통가에선 지난 15일 대규모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훈가하파이섬 인근에서 치솟은 화산재는 직경 300㎞ 범위에 퍼져 현지는 낮에도 밤처럼 어둡다.

타우파토푸아는 당시 호주 애들레이드에 머물고 있어 무사했다. 하지만 통가와의 통신이 두절되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타우파토푸아는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위험한 상황을 면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사명은 단 한 가지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가의 상황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어려움에 닥친 통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여름·겨울을 통틀어 세 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은 타우파토푸아는 처음 출전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서 상체를 드러낸 전통의상 투페누를 입고 개막식 기수로 등장해 유명인사가 됐다. 키 1m90㎝, 체중 90㎏의 탄탄한 체격에 코코넛 오일을 잔뜩 바른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한국에선 ‘통가 근육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영하 8도의 강추위에도 상의를 벗고 개막식에 나왔다.

그는 무너진 병원 등을 다시 짓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모금운동을 시작해 18일까지 18만 달러(약 2억1500만원) 이상을 모았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와 호주 정부도 이날 식수·생필품 등을 통가에 보내기로 했다.

통가 정부는 화산 분출로 영국 여성 앤젤라 글로버(50) 등 최소 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저화산 폭발로 끊긴 통신이 복구되지 않아 정확한 인명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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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남태평양 통가에서 발생한 해저화산 대폭발로 6일 사진엔 붙어 있던 훈가통가섬과 훈가하파이섬이 18일 사진에선 서로 분리된 작은 조각과 파편으로만 남았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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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발로 통가 해안과 주택 등이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유엔의 위성사진 분석 기구인 유엔활동위성프로그램(UNOSAT)이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통가의 최대 섬 통가타푸 등에서 붕괴한 것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시설이 확인된다. 대지 전체가 검회색 화산재를 뒤집어 쓴 탓에 섬 전체가 마치 흑백사진처럼 변했다. UNOSAT가 공개한 훈가하파이섬의 마을 노무카는 건물 40여 채가 파손되고, 60여 채가 화산재로 뒤덮였다. 뉴질랜드 언론은 인구 100명이 사는 아타타섬 역시 여러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는 통가에 정찰기를 보내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도 나섰다. 알렉산더 마테우 적십자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화산재로 오염된 식수 정화와 피난 쉼터 제공, 흩어진 가족 찾기 등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이 복구되지 않아 구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청정국인 통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다가 코로나19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가 화산 폭발과 관련해 권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지역은 태평양판이 호주판과 충돌하면서 그 아래로 내려가고, 이때 생기는 마찰력으로 지각이 녹아 마그마가 되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마그마가 공급될 수밖에 없는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화산 분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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