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검찰 임면 정치권 영향력 배제…사법부 독립 강화
코소보와 갈등 EU 가입 걸림돌…민주주의 확립해야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투표 |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발칸반도의 세르비아가 사법개혁에 성과를 보임에 따라 유럽연합(EU) 가입의 청신호가 켜졌다.
16일(현지시간) 세르비아에서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법관·검찰 임면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헌법개정안이 62%의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세르비아의 EU 가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헌법개정안은 법관과 검찰의 임용과 해임에 행정부, 의회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사법부 구성 권한을 법원에 귀속시켜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4월 3일 예정된 세르비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정부안이 통과됨에 따라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집권 세르비아 진보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국민투표로 세르비아는 EU 가입 협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유고 내전의 상흔이 남은 세르비아는 아직 민주주의를 뿌리내리지 못했으며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와 갈등이 EU 가입의 걸림돌이다.
이번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을 위한 투표소 설치를 코소보 정부가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코소보의 국민투표 참여 제한에 항의하는 세르비아계 |
알바니아계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 군경이 알바니아계 주민을 학살하는 '인종청소'의 아픔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코소보 북부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U는 양국에 대해 EU 가입의 전제조건으로 화해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EU 가입을 먼저 추진한 세르비아는 코소보와 관계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가입 후보국 자격으로 본격적인 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코소보도 EU 가입 전 단계인 '제휴 협정' 체결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U 후보국이 EU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려면 까다로운 가입 협상을 거쳐야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후보국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 등 민주국가 체제를 갖춰야 하며 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기능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EU의 법률체계를 수용하고 경제통화동맹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EU와 후보국은 30여 개로 세분된 분야에 대한 협상과 검증작업을 진행한다. EU와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하는 후보국은 EU에서 일정한 재정, 행정, 기술적 지원을 받게 된다.
세르비아는 사법개혁의 성과를 토대로 EU와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발칸 국가 중 이미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EU에 가입했으며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는 후보국으로 선정돼 가입 협상 중이다. 보스니아와 코소보는 예비후보국으로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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