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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4375억 지분교환"…KT·신한은행의 '디지털 깐부'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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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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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KT 경영기획부문장 박종욱 사장(우측)과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좌측)이 'KT-신한은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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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신한은행이 서로의 지분을 나눠 가지며 '혈맹'을 맺었다. 국내 기간 통신사와 금융회사가 지분을 교환하며 DX(디지털전환)를 통한 미래 신사업 협력의 비전을 공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대주주 영입이 절실했던 KT와 주가부양의 모멘텀을 찾는 신한은행의 이해관계를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KT-신한은행, DX 파트너십…지분 맞교환

KT와 신한은행은 1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성장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AI(인공지능)·메타버스·NTF(대체불가토큰)·로봇·빅데이터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금융DX 사업협력을 추진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함께 나선다고 밝혔다.

또 KT의 데이터분석, 자연어처리(NLP) 등 AI역량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한 23개 공동사업 과제도 마련했다. △금융특화 AICC(AI컨택센터) △AI 기반 언어모델 개발 △신한은행의 미래형 점포 '디지로그(DIGILOG)'와 KT의 AI·로봇·미디어월 등 솔루션 결합 △소상공인 특화 통신·금융 융합 서비스 개발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NFT 기반 디지털 자산 발행·거래 플랫폼 구축 등의 모델이 대표적이다.


KT의 '새 대주주 찾기'…신한의 '주가부양'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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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장기적인 협업 관계 유지를 목표로 약 4375억원씩을 투자해 지분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단 KT는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한다. KT는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통해 오는 26일부터 1년 간 신한지주 지분 2.08%를 사들이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 5.46% 전량을 매입했다.

지난 2005년 KTF에 지분투자를 했던 NTT도코모는 KTF가 KT로 합병된 이후에도 지분을 보유해 왔다. 당초 상장회사였지만 2020년 모회사 NTT가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NTT도코모는 비상장기업으로 전환됐다. 이후 소수 투자지분의 매각을 요구하는 일본 당국의 규제에 따라 KT 지분 매각이 필요했다.

KT로서는 새로운 대주주를 물색해 왔고, 지난해 말 박 사장과 진 행장이 직접 만나 신한은행의 NTT도코모 지분 인수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부양을 노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한금융에게도 솔깃한 제안이었다는 평가다. KT가 앞으로 신한지주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R&D 협의체' 발족…'제휴 영토' 넓히는 KT

지분 맞교환으로 신한은행은 국민연금에 이어 KT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KT도 신한지주의 '10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각 분야 최상위권 기업을 대주주로 영입한 만큼, 지배구조의 안정화 측면에도 긍정적이다.

다만 "단순투자 목적으로 경영참여 계획은 없다"는 게 양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신 KT와 신한은행은 '공동 R&D(연구·개발) 협의체'를 조만간 꾸려 공동사업 과제를 구체화하고 추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KT는 디지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기업과의 제휴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구현모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코 사업은 10년 이상 대세 성장의 시작 단계"라며 "혁신을 더하기 위해 제휴 협력이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KT는 작년 9월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인수를 비롯해 B2B 핀테크 전문기업 웹케시 그룹과 현대로보틱스, 현대HCN 지분투자 등 총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고, 작년 초부터는 아마존과 손잡고 AI 음성기술 공동 연구 및 관련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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