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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픔과 피해’ 보듬는 실종자 가족·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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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주 현장 상인들 “구조 먼저”
가족들은 애타면서도 “죄송”
본부, 전문가들과 구조 논의
“안전 대책 나와야 수색 가능”



경향신문

제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 주변에 17일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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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 옆 철망 울타리에 노란색 리본 20여개가 휘날렸다. 이곳은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39층 아파트가 붕괴돼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화정 아이파크’ 2단지 공사 현장과 150m가량 떨어져 있다.

건물 추가 붕괴 위험과 실종자 수색으로 경찰이 현장 접근을 통제 중이다. 이곳은 일반 시민들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다. 누군가 끈으로 노란 리본 뭉치와 글씨를 쓸 수 있는 필기도구를 매단 이후 이 철망은 실종자 가족과 광주 시민들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연대의 울타리’가 되고 있다.

철망에는 “기다립니다. 어서 돌아오세요” “아프지 마셨으면 합니다” “제발 가족 품으로 돌아오세요”라고 쓰인 리본이 늘어나고 있다. 차가운 겨울, 한 시민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새해 소원은 작은아빠가 어서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도 노란 리본에 새겨졌다.

이날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가족과 인근 상인들은 서로 “죄송하다”고 했다.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 안모씨는 “1주일째 장사를 못하고 있는 인근 상인들은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계신다”면서 “사실 너무 죄송하다. 우리를 개의치 말고 관계당국에 목소리를 내셔도 된다”고 밝혔다.

영업이 중단된 금호하이빌문구도매상가 홍석선 자치회장은 “상가 60여곳이 설 대목을 준비해야 하는데 피해가 막심하다”면서도 “그래도 가족을 잃거나 실종된 분들이 먼저이지 않느냐. 그래서 저희는 말없이 있다”고 했다. 각자의 처지보다는 서로를 보듬으려는 따스한 ‘연대의 숨결’이 오가는 장면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공식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주변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구조대원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말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무리한 구조작전으로 인한 소방대원 등의 또 다른 희생을 원치 않는다”면서 “주변 상인과 입주예정자들의 재산상 피해가 막대한 만큼 시민사회단체는 망설이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 시민들도 피해자 가족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이승엽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 협의회장(44)은 “실종자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입주예정자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했다”면서 “실종자 수색이 우선 이뤄질 수 있도록 물품지원도 계획 중이며 도울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겠다”고 말했다.

사고 건물 붕괴 위험 등으로 인근 109가구 136명이 집을 떠나 1주일째 숙박업소나 친척집에 머물고 있지만 이날까지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에 수습 장기화에 따른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없었다. 시민들은 사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행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서 꽃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는 “답답한 심정이다. 책임질 사람들은 당당하고 피해자들끼리 서로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이날 건축물 안전진단 전문가 12명과 사고 현장에서 수색·구조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층별로 세부적인 안전대책이 먼저 나와야 상층부 내부 수색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물 상층부에 구조대가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김태희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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