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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尹에 “샤먼이 국정 결정 안돼”…‘김건희 통화’는 “봤지만 민생 신경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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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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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무속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경악할 일”이라며 화력을 집중했다. ‘건진법사’라 불리는 무속인 전모(61)씨가 윤 후보 선대위에서 고문으로 일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를 도화선으로 삼았다.

전날 “본방사수”(정청래·고민정 의원 등)를 외쳤던 MBC ‘스트레이트’의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통화 녹음 파일 보도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오전 내내 MBC 보도에 대한 입장을 정하느라 “내부 격론 중”(선대위 관계자)이라던 민주당은 오후부터 ‘건진법사’ 관련 논평을 쏟아냈다.

이재명 후보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게 신호탄이었다. 이 후보는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데, 샤먼이 전쟁을 결정하는 그런 장면들이 많지 않느냐”며 “21세기 현대사회, 핵과 미사일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는 샤먼이 그런 결정을 하는 것, 또는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5200만명의 운명이 달린 국정은 진지한 고민과 전문가들의 치밀한 분석, 리더의 확고한 철학과 가치 비전에 의해서 결정되고 판단돼야 한다. 운수에 의존하는 무속, 또는 미신이 결코 작동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를 향해 “혹시라도 그런 요소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제거하고 본인의 역량을 강화하시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그 뒤로 논평이 쏟아졌다. 전용기 대변인은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온 국민이 무속인의 국정개입 트라우마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대놓고 친분 있는 무속인을 선대위 고문에 참여시켰다니 경악할 일”이라며 “무늬만 ‘윤핵관’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무속 윤핵관’이 있었다는 정황”이라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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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화여대 서울병원 보구녀관에서 진행된 청년 간호사들과 간담회에서 남궁선 이대서울병원 심장혈관중환자실 주임간호사 (오른쪽)의 발언을 듣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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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무속인의 조언에 따라 운영한다면 이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될 것”(강선우 대변인), “윤 후보는 속히 국민 앞에 무속인 전모씨를 알고 있는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김진욱 대변인) 등의 말들이 뒤를 이었다.

반면 MBC 보도와 관련해서는 김씨를 직격하는 대신 “문제 될 것 없다”는 투의 국민의힘의 태도를 겨냥하는 정도에 그쳤다.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을 거명하며 “정말 문제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눈 감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전날 방송에 대해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 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한다”고 반응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남영희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김건희 구하기’를 위해 상식도 양심도 내팽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큰 파장을 기대했던 방송에 대해 지지층 내부에서 마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정철승 변호사) “김건희 악재를 호재로 바꿔주는 이적 시전”(류근 시인) 등의 반응이 나오자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선대위 관계자는 “방송된 내용을 찬찬히 곱씹으면 분명 문제 될만한 발언들인데, 즉각적인 여론으로는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상대 후보의 부인 문제인 만큼 지나친 공세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김씨 통화 방송에 대해 이날 “저도 관심 있어서 당연히 봤다”면서도 “그냥 봤을 뿐이고, 그 문제에 대한 제 개인적인 관심보다는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폴리컴의 박동원 대표는 “통화 녹음이 두세달 전에 방송됐다면 파장이 있었을지 몰라도, 김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숱하게 제기되며 여론지형에 이미 반영된 상황”이라며 “부인 문제로 불안해했던 윤 후보 지지층을 안심시키는 정도의 미미한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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