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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딜' 무산에 대한항공·아시아나도 우려↑..EU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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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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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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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불허하면서 항공업계의 '빅딜'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U가 잇따라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기업결합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다.


"코로나 이후에도 생존 가능성 있으면…"

16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두 차례 항공사간 합병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샛의 합병에도,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EU 집행위는 크게 3번의 조사를 거쳐 기업 결합을 심사한다. 우선 기업 결합 관련 예비 심사를 거친 뒤 정식 조사 대상으로 접수된다. 이후 치러지는 1차 조사에서 대부부의 기업결합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데, 만약 EU 집행위가 기업결합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심층 조사인 2차 조사에 나선다. EU는 지난 10년간 기업결합 3000여건을 심사했는데, 이 중 2차 조사로 결론을 내린 사례는 총 75건, 최종 불허한 경우는 10건이다.

EU는 에어캐나다와 IAG 합병건에 대해 2차 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직접 불허 결정을 발표하진 않았다. 당초 IAG와 에어캐나다는 EU가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자 독과점 완화 조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EU를 설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 양사처럼 EU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포기한 사례만 지난 10년간 93건에 달한다.

EU는 이같은 인수합병이 항공업계 내 경쟁을 침해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그 핵심 근거 중 하나로 '회복 가능성'을 꼽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지만, EU가 판단하기에 코로나 이후까지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항공사는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항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독과점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EU는 에어캐나다의 인수 포기 직후 "장기적으로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잿이(코로나 이후에도) 유럽~캐나다 노선을 두고 경쟁할 수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IAG의 인수 건에 대한 심층 조사에 나설 때도 "코로나 사태가 IAG와 에어유로파 등 항공업계에 끼치는 중장기적 영향을 조사했다"며 "1차 조사 결과 확실한 결론을 내기 어려웠지만 양사가 (코로나 이후에도) 경쟁사로 남을 것이라는 잠정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파산 직전 항공사도 불허…대한항공·아시아나는 다를까

문제는 에어트랜잿과 에어유로파가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스페인 당국은 2020년 에어유로파에 4억7500만유로(6500억원)의 구제금융을 스페인 항공사 최초로 지원했다. 그럼에도 EU 집행위는 "(코로나 이후에도)경쟁사로 남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어트랜잿도 합병이 무산되자 생존을 위해 캐나다 정부에 손을 내밀었고 결국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4월 7억캐나다달러(6664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업은행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규모가 더 크지만 불승인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내에선 대한항공의 인수 건이 에어캐나다나 IAG랑은 상황이 다르다고 보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의 회복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대한항공과 합병시 한국~유럽 노선의 독·과점을 형성하지 못해 유럽 소비자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에어캐나다의 경우 에어트랜잿과 중복되는 노선이 30여개에 달했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복 노선은 4개다. 이마저도 다른 항공사들이 충분히 진입이 가능하다. 유럽 항공사인 IAG와 에어유로파는 합병시 유럽 소비자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한국 항공사라 EU가 거절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국내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완화 조건을 제시한 것처럼 EU도 에어캐나다와 IAG 합병이 성사되면 유럽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발 수요가 대부분인 대한항공 인수 건과는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며 "다만 EU 집행위가 깐깐하게 심사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번 인수 건에 대해서는 소비자보다는 유럽 항공사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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