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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법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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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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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준공된 녹지국제병원 건물.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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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 13일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를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이다.

녹지제주는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지하 1층~지상 3층, 전체 면적 1만7679㎡ 규모의 녹지병원을 짓고 2017년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신청을 했다. 제주도는 2018년 12월 내국인은 제외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녹지제주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불복해 2019년 2월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병원 개설이 미뤄졌다.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허가를 받은 뒤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을 하지 않자 같은 해 4월 청문 절차를 거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 이후 3개월 이내 정당한 사유없이 병원 문을 열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자 녹지제주 측은 이번에는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제주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개원 허가 결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개설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데도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에선 1심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녹지제주가 주된 이용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하면서도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원 준비를 마쳤는데 제주도가 허가 신청 15개월이 지난 후에야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했다”며 “사업 계획의 수정과 인력 채용 같은 개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자 제주도는 즉각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녹지제주 측 손을 들어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제주도가 녹지제주 측에 내어준 개원 허가는 유효하게 됐다. 다만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진료 대상 범위를 다투는 소송은 진행 중이다. 법원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며 녹지병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한 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리병원은 공공의료를 약화시킬 게 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에 공공의료 확충은 필수불가결하다”며 “공공의료를 지지하는 압도적 여론을 거스른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진·김향미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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