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르포]"자식한테 배워도 어려워"…백화점·마트 방역패스에 전통시장 찾는 고령층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10일부터부터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방역패스 의무화에 고령층 불만 고조

정부 "방역패스 효과 무시 못 한다"

아시아경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재래시장은 저렴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잖아요. 마트는 절차가 복잡해졌다고 해서 갈 엄두도 안 나요."

13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이용을 잘해서 QR코드 이런 걸 잘 알겠지만,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은 전화 한 통(안심콜) 하는 게 더 편하다"며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이제 마트도 못 가게 생겼다. 또 혼자 사는 노인들은 어쩌나. 나는 딸한테 (QR코드) 인증하는 법을 배웠지만, 독거노인은 혼자 하기 어려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재래시장이 더 편하다. 오다가다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어려운 절차 안 거쳐도 입장할 수 있지 않나"며 "코로나 이후 세상이 너무 달라진 것 같다. 노인들이 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적용되면서 고령층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은 QR코드 인증을 비교적 수월하게 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이용이 낯선 고령층은 백신패스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고령층은 별도의 방역패스가 필요 없는 재래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재래시장은 현재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다.

아시아경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께 방문한 망원시장은 평일임에도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는 안심콜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시장 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를 둘러보는 이들로 넘쳐났다. 견과류를 파는 50대 상인 A씨는 "이 시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너 나 할 것 없이 여기를 많이 찾는다. 아무래도 저렴하고 다양한 물품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에서 QR코드를 인증해야 한다는 건 들었는데, 나도 바빠서 아직 가보지는 않았다. 식당이나 카페를 갈 때도 QR코드 인증이 필수가 됐지 않나. 우리 나이대 사람들도 QR코드 인증하기가 어려운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 어렵지 않겠나"고 했다.

과일을 사러 나왔다는 인근 주민 양모씨(69)는 "마트 갈 일 있으면 웬만하면 자식들이랑 같이 간다. QR코드 인증도 그렇고 요즘은 계산도 점원이 아닌 기계로 하는 곳이 있더라. 그래서 마트만 가면 주눅이 든다"며 "재래시장에 오면 그래도 친한 가게 사장님들이 있고, 물품을 사면 덤을 줘서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어 "나 혼자 QR코드 인증을 하려고 하면 괜히 긴장돼서 버벅거린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정육점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 서점 등 면적 3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이용자가 대규모 점포에 들어가려면 QR코드 등으로 백신 접종완료 사실을 인증하거나 보건소에서 받은 PCR(유전자증폭) 음성확인서를 보여줘야 한다. 미접종자나 방역패스 만료자는 혼자라도 대규모 점포를 이용할 수 없다.

소규모 점포나 슈퍼마켓, 편의점, 재래시장 등은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아니다. 방역패스는 현장 혼란을 우려해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고 오는 17일부터 위반 시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만큼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최근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코로나 방역 대책 좀 어이가 없는 거 아닌가 싶다"며 "이제 마트도 방역패스 인증을 해야 한다. 근데 사람이 더 많은 재래시장은 누구나 간다. 심지어 5일장 같은 곳에서 음식을 파는 가게는 방역패스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패스, 백신 접종 등 미접종자에 대한 규정이 대한민국 헌법에서 봤을 때 문제없는 거 맞나"며 "많이 답답하다. 정말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까"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는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1일 "방역패스만으로 절대적인 (유행 감소)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방역패스의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며 "이스라엘이나 덴마크에서도 확진자 추이를 보면서 방역패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