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운영, 대통령 후보에게 듣는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윤 후보는 “국가적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기능 중심의 슬림한 청와대로 개편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청와대에서 다룰 핵심 의제를 “대통령만이 감당할 수 있는 범부처적, 범국가적 사안”으로 한정하면서 “이를 집중 기획·조정·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또 국무회의를 “공론과 권위 있는 정책 결정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라고도 했다. 청와대에 집중된 권한을 정부부처로 분산하고 장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부 운용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윤 후보는 국정운영의 대원칙으로 3권분립 정신을 내세웠다. 국회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선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임이 드러나는 경우 국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와 관련해선 “행정부가 집권 세력들이 자행하는 부당한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 전문성과 실력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부가 되도록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는 시대는 끝내겠다.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염두에 둔 정부 조직 개편의 방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정부 인수위를 구성하게 되면, 그때 구체적인 설계를 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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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가 차기 정부 국정 목표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내가 행복해지는 내일’이었다. 그는 “국가운영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국민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며 “국가 경제와 관련된 거시지표가 아니라 삶의 질을 포함한 국민의 행복 지표가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뒀다. 이를 이루기 위한 축으로는 ^공정한 경제 ^안전한 사회 ^풍부한 일자리를 언급했다. 경제는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시장의 혁신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정부의 공정이 부가가치의 고른 분배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공정 혁신 경제’라고 이름 붙였다.
복지와 관련해선 “획일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기회 사다리를 놓아주는 역동적 복지”와 “무차별적인 지원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복지”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윤 후보는 복지 지출 수준을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가깝게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예산이 ‘2017년 410조원→2022년 608조원’으로 5년 새 50%가량 늘어난 것을 지적하면서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에서 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해결형 정부’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유능한 정부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금을 받았으면 세금이 아깝지 않게 일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를 '칸막이식 정부'로 규정하면서, “플랫폼에 축적되는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국민의 복합 요구에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새로운 정부를 만들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 효율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고 불렀다. 같은 선상에서 디지털 가상 부처인 ‘메타버스(Metaverse) 부처’를 신설해 “인구 문제와 같이 여러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하는 문제들을 플랫폼 형태의 가상 부처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정부의 규제혁신 방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도와주는 규제여야 한다”며 “너무 과도한 규제는 우리 경제 활동에 지장을 많이 준다. 그에 대한 판단도 정부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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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뒤 패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정권이 바뀔 때면 공직자들이 불안에 떠는데 대통령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겠냐’는 박순애 서울대 교수의 질문에 윤 후보는 “정치 진영에 아부와 충성을 해서 출세를 도모하는 사람에 대해 새 정부가 그 비위를 찾아 감찰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공무원들은 솎아내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 대해서 끼치는 패악이 엄청 크다”며 “사찰, 선거 개입은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직권남용 행위”라고 덧붙였다. 제1야당 대선주자로서 대선을 앞둔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윤 후보는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 범위와 관련, “많은 공무원이 행정지도에 대해 처벌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불안감을 가진 것 같은데, 거기까지 형법 조항을 확대 해석해 적용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5년 뒤 퇴임 때 어떤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나’라는 질문에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을 때 우리나라 50년, 100년 정도의 미래 비전을 갖고 주춧돌 하나는 놓고 갔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중앙일보·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이날 윤 후보에 이어 20일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참석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초청됐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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