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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역대 대선 다 맞춘 '천기누설 동네'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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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x마부작침] 역대 30년 치 대선 개표 데이터 20만 건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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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SBS 뉴스의 팩트체크팀 「사실은」과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들을 명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려드리기 위한 취지입니다. 선거 때마다 판을 치는 허위·과장 정보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팀의 이경원 기자는 '해석'을, 「마부작침」팀의 배여운 기자는 '분석'을 맡습니다. 대선 직전까지 연재합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팩트에 다가가는 데이터 세상으로 함께 빠져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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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충청 지역을 찾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고향이 충청인 부인 김혜경 씨를 '충북의 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처갓집이 충청도라며, '충청의 사위'임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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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 충청 지역을 찾아간 윤 후보, 충청은 선대부터 500년을 살아온 뿌리라며, '충청의 아들'임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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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계산이 깔렸습니다. 실제 정가에서는 충청 지역을 일컬어 '선거의 바로미터', '캐스팅보터', '풍향계'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곤 합니다. 충청 지역은 전국 득표율과 비슷해 족집게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팀은 이 말이 정말 사실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분석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간의 모든 선거를 취합해 지역별로 모두 분석하다가는 며칠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SBS 데이터저널리즘의 자존심 「마부작침」팀을 찾았습니다. 「마부작침」팀, 걱정 말라고 합니다. 무슨 충청만 하냐, 하는 김에 다 전국을 다 해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웁니다. 심지어 시·군·구를 너머 읍·면·동 단위까지 전수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역시 「마부작침」은 만만한 팀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믿고 보는 마부작침에 바통을 넘기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마부작침」의 분석을 보시면서, 내가 살아가는 지역과 전국 득표의 '싱크로율'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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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인 13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30년 치 개표 데이터 20만 9,867건을 전수 분석해 역대 대통령 당선자를 모두 맞힌 '족집게' 동네를 찾아봤습니다.

'족집게 동네'를 공개하기 전에 이번 분석에 쓰인 데이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13-19대 대선 개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시·군·구'와 '읍·면·동' 단위로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쉽게 '족집게' 동네를 찾아낼 수 있을 거 같지만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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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과거 행정구역 변경 이력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전국에 수많은 행정구역이 통폐합되거나 신도시가 들어서며 새로운 행정동이 신설됐죠? 가령, 김포시 김포본동은 19대 대선 때는 있었지만 18대 대선 이전에는 김포본동이란 동네를 찾을 수 없습니다. 2017년 4월 18일에 김포1동은 김포본동으로 명칭이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3-18대 대선까지 쓰인 '김포1동'을 19대 대선 데이터에 맞춰 '김포본동'으로 바꿔줘야 지난 7번 선거에서의 김포본동 당선자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마부작침」에서는 과거 행정구역의 통합, 승격, 분할 등의 이력을 반영해 19대 대선 기준으로 행정 구역명을 통일한 뒤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경기 고양시 일산동 같이 복잡한 행정구역 분할과 편입으로 정확한 행정동 정제가 어려운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7번의 '대통령'을 모두 맞힌 지역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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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는 252개의 시·군·구(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준)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지난 7번의 선거에서 연속으로 당선자를 맞힌 족집게 시·군·구가 실제로 존재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존재'합니다. 무려 15개 지역에서 역대 대통령 당선자를 모두 맞힌 걸로 분석됐습니다. 경기 구리시, 하남시, 충북 청원구 상당구, 인천 남동구, 충남 금산구 등인데 이를 광역자치단체 별로 묶어보면 경기 6곳, 충북 6곳, 인천 2곳, 충남 1곳입니다.

지도 위에 표시해 보면 경기와 충청권에 속한 시·군·구가 대부분인데, 특히 충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충북에 속한 시·군·구 14개 중 6개(42.9%) 지역에서 역대 당선자를 맞혀내며 족집게 시·군·구가 속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적중률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국 판세와 가장 근접하게 맞힌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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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은 당선자를 모두 맞힌 시·군·구들이 얼마나 전국 득표율과 비슷하게 맞혔는지도 따져봤습니다. 7번의 대선에서 후보들의 전국 득표율과 252개 시·군·구에서 받은 후보들의 득표율 오차를 계산해 싱크로율(일치율)을 구했습니다. 즉,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전체 판세와 비슷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역대 당선자를 전체 판세와 가장 비슷하게 맞힌 '천기누설' 동네는 확인해 볼까요? 바로 경기도 구리시로 96.17%의 높은 싱크로율로 당선자를 가려냈습니다. 구리시의 표심이 전국 표심과 거의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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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기 구리시의 최근 대선 결과를 보시죠.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이하 '후보' 생략)는 전국에서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 등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당시 경기도 구리시 득표율은 문재인 41.59%, 홍준표 21.22%, 안철수 23.32%, 유승민 6.63%, 심상정 6.81%로 각 후보들의 오차값의 평균은 0.374로 낮은 오차값과 함께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기록했습니다.

구리시는 매번 대선에서 이처럼 전국 득표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 뒤로 경기도 하남시(95.58%), 인천 남동구(95.57%), 인천 서구(95.49%) 등도 높은 일치율을 보였습니다.

3,491개 읍·면·동을 봐야 진짜 '족집게' 동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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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행정구역상 가장 최소 단위는 '읍·면·동'입니다. 통계청에서 내놓은 대부분의 통계의 최소 범위도 '읍·면·동'인 만큼 대한민국 대선 표심을 가장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는 행정구역 단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시·군·구 단위에서 더 자세히 들어가 '읍·면·동' 단위로 보면 족집게 동네는 존재했을까요?

「마부작침」 분석 결과 읍·면·동 단위에서 역대 대통령 당선자를 모두 맞힌 지역은 총 3,491개 행정동 중에서 146개에 불과했습니다. 비율로 따지면 4.2% 수준입니다. 이런 동네는 대부분 족집게 시·군·구 지역 소속으로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의정부시 흥선동, 인천 남동구 간석3동 등인데 위에서 소개한 싱크로율을 대입해 보면 족집게 시·군·구에 속하지 않는 읍면동이 높은 싱크로율로 역대 대선 후보를 맞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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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싱크로율로 당선자를 연속해서 맞힌 동네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으로 97.3%의 일치율을 보였습니다. 그 뒤를 서울 강서구 가양2동(96.9%), 안양시 만안구 안양3동(96.9%), 안양5동(96.7%), 안양9동(96.5%)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고개가 갸우뚱 하신 분 계실 겁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속한 행정동(안양3, 4, 5, 9동)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실제로 안양3, 4동을 찾아가 보니 전통시장인 안양중앙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동네로 주민 다수가 상인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도 맞히고 서울시장까지 맞힌 동네는?



흥미로운 동네가 한 곳 있습니다. 가양대교 남단을 지나면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 강서구 가양2동입니다. 작년 11월 기준 주민등록인구 1만 4,183명 수준의 가양2동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를 높은 싱크로율로 모두 맞힌 곳이기도 하지만 1995년부터 시작된 전국동시지방선거(1~7회 + 재보궐 2회)에서 서울시장 당선자를 모두 맞힌 행정동입니다. 족집게 중에 족집게 동네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인데요.

가양2동이 찍은 후보는 지금까지 대통령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100% 당선됐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때마침 올해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가 함께 열리는 해인 만큼 가양2동의 개표 결과를 주목해봐도 좋겠습니다.

족집게 동네…비결은 존재할까?



이런 족집게 동네의 비결이 있을까요? 이유까지 분석할 수 있다면 정말 천기누설일 텐데요. 실제로 족집게 동네의 비결을 알 수 없지만 「마부작침」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족집게 동네들의 공통의 경향성을 데이터로 살펴봤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표성과 균질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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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거 당시 대한민국 전체와 족집게 동네들의 인구 구성을 비교해봤습니다. 실제로 족집게 동네들의 선거 당시 연령대별 구성은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가장 일치율이 높았던 구리시를 다시 예를 들어 보면 19대 대선 당시 전국의 20대 비율은 16.2%, 30대 17.87%, 40대 20.88% 등이었는데 경기 구리시 연령대별 인구 구성은 20대 17.33%, 30대 17.8%, 40대 22.48%로 오차가 크게 없는 걸 볼 수가 있죠? 하지만 이런 경향은 족집게가 아닌 동네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인과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패턴이 족집게 동네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건 사실입니다.

두 번째로는 균질성입니다. 영남과 호남처럼 특정 정치색이 옅고 타지역 인구 유입이 많아야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전출입 현황 마이크로 데이터'를 통해 족집게 동네가 얼마나 활발하게 타지역 사람들을 유입시키는지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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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실제로 몇몇 싱크로율이 높은 동네는 타지역 인구 유입이 활발했습니다. 주로 신도시 혹은 상권 지역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전출입 현황 역시 족집게 동네의 비밀을 밝히긴 어려웠습니다. 이 역시 족집게 동네만이 아닌 지역에서도 보이는 경향이기 때문입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장성철 특임교수는 "영·호남처럼 지역색이 뚜렷하고 정당만 보고 투표를 하는 곳은 족집게 동네가 되기 어렵다" 라며 "연령대가 높은 원주민과 상업화 혹은 신도시로 젊은 인구가 유입되어 연령대와 이념이 균형 있게 섞여야 족집게 동네가 될 가능성이 크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왜 이렇게 족집게 지역구를 찾으려고 힘을 뺐을까요? 이번 분석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족집게 지역구는 많은 정치 분석가들에게 꽤 괜찮은 참고사항이 됩니다. 평균치에 가장 가까운 '표본'이 있다면, 연구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족집게 지역구의 민심 변화를 통해 대체적인 추이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과 「마부작침」은 이번 분석이 정치를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번 분석을 통해 중요한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선거 철마다 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내 주변에는 이 사람 지지하는 경우가 없던데, 대체 여론조사 수치는 왜 이렇게 높은 거야?" 그리고 이런 의구심은 "그러면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 아니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음모론의 단초가 만들어지고, 결국, 정치 불신을 심화시킵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영 논리가 격화된 요즘, 이런 경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실은」과 「마부작침」은 이번 분석을 통해, 족집게 지역구가 어딘지 그 자체보다도, 족집게 지역구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내가 접하는 세상,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 그만큼 우리 공동체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내가 체감하는 정치 지형과, 우리 공동체의 실제 정치 지형은 작든 크든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확증 편향'의 시대, '다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분석으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과 「마부작침」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분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분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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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원, 배여운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강동용
배여운, 이경원 기자(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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