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작 국내 동시개봉
스콧 ‘하우스 오브 구찌’···욕망에 뒤틀려가는 인간 심리 잘 드러내
스필버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영상×음악×퍼포먼스 다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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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할리우드 살아 있는 전설’의 시간이다. 오직 영화만 생각하며 살아온 두 거장, 리들리 스콧(85)과 스티븐 스필버그(76)의 신작이 오는 12일 동시에 스크린 개봉한다.명품 사업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인간이 탐욕에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스콧 감독의 ‘하우스 오브 구찌’, 스필버그 감독이 세계적인 동명 뮤지컬을 영화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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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구찌…거장의 연출에 호연으로 답한 배우들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탈리아 현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살인 사건을 통해 욕망으로 뒤엉킨 명품 브랜드 가문의 이면을 파헤친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창업주의 손자로, 법조인을 꿈꾸던 순수한 청년에서 탐욕에 찬 회장이 된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와 그렇고 그런 서민의 삶을 살다가 마우리치오와 결혼해 구찌 가문에 입성한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다. 두 사람은 구찌 가문의 황금기를 이끈 창업주의 둘째 아들 알도 구찌(알 파치노), 집안의 문제아 취급을 받다가 아버지 알도를 추락시키는 파울로 구찌(자레드 레토) 등과 이전투구를 벌이며 뒤틀린 욕망의 정점으로 향해 간다.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프 구찌(제레미 아이언스)는 부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채 쓸쓸히 죽어간다.
말 그대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구찌 가문의 눈부신 성장과 몰락은 영화 거장의 연출을 거쳐 세련되면서도 속도감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무엇보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감독의 연출을 더욱 빛나게 한다. ‘비주얼리스트 거장’이라는 감독의 명성과 구찌라는 이름 때문에 화려한 패션의 향연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영화는 ‘볼거리’보다 인간 내면의 욕망에 초점을 맞췄다. 러닝타임 15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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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필버그에게 ‘첫 뮤지컬 영화’가 별거냐
줄거리는 익히 알려진 대로,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유럽계 백인 갱단 제트파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갱단 샤크파의 갈등 속에 싹튼 사랑 이야기다. 제트파의 리더였던 토니(안셀 엘고트)는 감옥 출소 후 마음을 고쳐먹고 성실한 삶을 살던 중 샤크파 우두머리인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의 여동생 마리아와 댄스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제트파가 링컨 센터의 재개발 현장을 누비며 ‘제트 송’을 부르는 첫 시퀀스부터 배우들의 화려한 춤과 노래, 정밀한 동선의 합을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며 기선을 제압한다. 푸에르토리코 이민 여성들이 부르는 ‘아메리카’, 토니와 마리아가 대표 넘버인 ‘투나잇’을 부르는 장면 역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LA 필하모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녹음한 오케스트라 편곡은 웅장함을 보탠다.
스필버그는 60년 전 뉴욕의 백인-푸에르토리코인 간 갈등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짚어낸다. 영화는 스페인어 대사에 따로 자막을 넣지 않고 단절된 소통과 차별을 관객들에게도 체험시킴으로써 인종차별의 양상을 환기한다.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으로 재해석한 마리아의 캐릭터도 눈에 띈다. “에너지와 열정, 위트와 비극으로 가득한 올해 가장 감동적 영화 중 하나”(영국 BBC)로 호평 받은 이 영화는 9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다만 고전적인 이야기 흐름을 젊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흥행은 부진하다. 러닝타임 156분, 12세 이상 관람가.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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