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돌파구 기대 안해"…안전보장안 요구 러 의도 탐색 주력할 듯
러도 "양보없다"…러 주도 평화유지군 개입한 카자흐사태 격화도 변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에 나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카자흐스탄 시위 격화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그렇지 않아도 쉽지 않을 협상에 한층 험로가 예상된다.
일단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대표로 나서는 제네바 협상에서 눈에 띄는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구속력 있는 문서로 확약해달라는 러시아의 안전보장안 요구가 회담의 주된 의제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협상 요구에 응하면서도 무리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회담을 하루 앞둔 9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기대 수위를 낮췄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
미국의 관심은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쏠려있다.
정말로 협상에 뜻이 있어 서방에 안전보장안 요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명분쌓기용 전술인지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은 제네바에서 러시아 측이 나토 동진 금지 법적 보장 같은 요구가 가망 없는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강조하는지 아니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배치 문제와 군사훈련 상호 제한을 의제로 올리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상호적 약속을 할 의향이 있다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도 회담 직전 미국을 몰아세우며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를 분명히 했다.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9일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이 단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연쇄 회담을 예정하고 있으나 전체적 회담의 향방을 결정짓는 건 미·러 제네바 회담일 수밖에 없다.
미 정부 당국자는 WP에 러시아가 미국과의 회담을 중요시한다면서 "그들은 나머지는 장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거리 |
회담을 앞두고 격화한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는 가뜩이나 불투명한 미·러 협상에 암운을 드리우는 또 다른 변수다.
연료비 폭등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에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을 끌어들이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경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7일 회견에서 "일단 러시아가 집에 들어오면 떠나게 하기가 가끔 몹시 어렵다"며 카자흐스탄에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지난달 화상과 전화로 두 차례 회담했지만, 가시적인 긴장 완화의 계기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접경에 병력을 증강하며 침공 우려를 키웠으며 미국과 유럽은 국제결제망 퇴출과 수출제한 등 초강력 조치를 검토하며 엄청난 대가를 경고해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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