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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美 통화정책 안통할 땐…1970년대 초인플레 재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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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전미경제학회 ◆

매일경제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 총출동하는 2022년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년 연속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석학들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근본적인 각성을 요구하는 비판적 목소리도 거침없이 제기됐다. 필립스곡선 등 주요 경제학 이론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고, 완전히 다시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망 세션에서 "1960~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물가 급등을 초래한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탐욕적이라는 묘사가 있었고 이는 국가가 도덕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신호였다"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욘 스테인손 UC버클리 교수도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런 신뢰가 붕괴될 경우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1970년대와 비슷한 상황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억제하는 것은 공급망 병목, 수급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노동시장의 공급 부족과 완화된 통화정책이 합쳐진 마녀의 물약은 미국 경제가 고속도로에서 무모한 속도를 내게 했다"며 "연준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병목현상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다"며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교수는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이며 수개월간 노동력 공급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빗나간 것은 공급망 혼란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출현한 영향도 있었고 재정승수 이론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 저축률이 높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고 수요는 계속 과거보다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 분야로 옮겨 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물가지표 구성에서 상품보다 서비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5% 하락해도 서비스 가격이 1% 오르면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맨큐의 경제학'을 쓴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수치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새로운 글로벌 경제 속 새로운 딜' 세션에서 맨큐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항목인 렌트비의 경우 조사 대상 주택을 6개월마다 조사하고 있어 뒷북 데이터인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점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인난 아래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실업률 상관관계가 깨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테인손 교수는 "퇴사자가 늘어나며 (기업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어서 임금 상승 압력이 비용 부담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함수 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곡선에 대해 "공급 충격을 설명하지 못한다"며 "필립스곡선을 사용하기에는 경제 상황이 너무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수요가 상품 수요로 크게 이전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서비스업 영향이 큰) 실업률만 봐서는 인플레이션에서 공급 측 압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3번 정도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1%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기준금리가 2.5%에 달할 때까지 계속 0.25%포인트씩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엔 기준금리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프 가뇽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올해 인플레이션은 6%까지는 가지 않아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2년 미국 통화정책 방향' 세션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한 통화정책의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확인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보유자산 매각)에 대한 논의가 집중됐다. 연준이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며 채권을 사들인 영향으로 보유자산이 위기 전 4조2000억달러였던 연준의 자산은 지난해 말 8조8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런 채권을 만기에 재투자하지 않거나 매각해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것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긴축 정책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대차대조표 축소는 매우 강력한 정책 수단이지만 연준이 거의 사용해본 경험이 없다는 난점이 있다"며 "점진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 부동산 시장과 경제 전반에 영향이 갈 것이고 이런 점을 주목하면서 통화정책을 조절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한 이후에 이 정책을 시작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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