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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대출 문 열렸지만 새해초 창구는 한산…DSR 규제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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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달리 새해초 대출 문의 많지 않아…"예고된 규제와 계절적 요인탓"

전세대출 등 대기수요는 여전히 많아…분기별 총량 관리도 다른 점

뉴스1

3일 경기 과천시내 한 은행 영업점 앞 대출상품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임인년 새해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며 대출을 중단했던 일부 은행들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및 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2022.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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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민선희 기자 =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죠. 고객 대부분이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작년에 비해 특별히 문의량이 늘어난 건 없어요. 다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은 간간히 있었습니다"

새해 금융권 대출 문이 일제히 열리면서 대출 관련 문의가 급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시중은행 영업점은 한산한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강화된 소득기준 대출 규제(DSR)를 시행하면서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 재계약 수요가 늘어나는 등 대출 잠재 수요는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 금융권은 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3일 오후. <뉴스1>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소재 모 시중은행 영업점은 점심시간임에도 대기줄 없이 상담이 원활하게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이 영업점 직원 "작년말에 비해 문의 고객이 특별히 늘어난 것 같진 않다"며 "간간히 대출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분은 계시지만 대출을 못받는 게 아니라 많이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시중은행 여의도 모 지점 관계자는 " "지난해부터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 문의가 뜸해졌는데, 새해 들어 더 줄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 경기도 모 지점 관계자는 "새해부터 대출이 열린다고 해서 고객이 엄청 몰리려나 싶었는데, 체감상 크게 늘진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이 새해 들어 우대금리를 부활하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대출 창구가 붐빌 것으로 예상됐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p(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3~0.5%p, 0.1~0.6%p 올렸다. 농협은행은 1일부터 '신잔액코픽스 주담대'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은행들은 문의가 줄어든 배경으로 올해들어 실시되는 차주별 DSR 2단계 규제가 이미 지난해 충분히 예고된 점을 지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10월말부터 언론 등을 통해 내년부터 강화된 DSR이 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출 상담을 받을 고객들은 이미 다 받았을 것"이라며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선제적으로 받아놓은 고객들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대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2월과 1월엔 성과급이 나오기 때문에 상환이 많이 이뤄지는 때이지, 신규 대출이 크게 일어나는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월의 경우 은행들이 창구를 막았다가 열면서 가수요가 있었고, 주식이나 코인 등 자산시장이 활성화된 영향이 있었다"면서 "반면 올해는 자산시장이 주춤한데다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그간 중단한 것도 아니여서 수요가 몰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하루지만 은행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대비 오히려 줄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일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9505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024억원 감소했다.

◇ 전세대출 등 잠재 대출 수요 넘쳐…금융당국 '분기별 총량 관리' 방침에 은행권 '긴장'

새해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출 잠재수요는 넘치는 상황이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 주택들의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다. 임차인들은 재계약 시기 전세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한시적으로 제외했던 전세대출을 올해부터 다시 규제에 포함했다. 전세대출 공급이 막히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나 일단 은행들은 전세대출 증가세까지 고려해가면서 대출 영업을 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상승 등의 요인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수요가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봄철 이사 수요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활 자금 수요도 '대출 잠재 수요'로 분류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분기별로 가계대출 총량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상반기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다가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총량을 맞췄지만 올해부터는 좀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은행 관계자는 "혹여 모 은행이 총량관리를 이유로 2월에 대출 문을 닫거나 우대금리를 삭제할 경우, 작년처럼 모든 은행이 따라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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