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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이단아 오르반 헝가리 총리 독재에 브레이크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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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유럽재판소, 유럽위원회에 헝가리 등 지원 중단 권한 부여 판결
극우 오르반 총리 10여년 동안 민주주의 후퇴시키며 문제 일으켜
EU 회원국 정상들과 트럼프 오불관언 하거나 심지어 지지하기도
뉴시스

[브뤼셀=AP/뉴시스]지난 25일(현지시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연합(EU) 정상회의장에 참석했다. 20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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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권과 법의 지배를 중시하는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EU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인물로 간주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10년 동안 EU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가면서 꾸준히 헝가리를 "비자유주의적 국가"로 만들어왔다. 이 는 오르반 총리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기까지 하는 표현이다.

지난 2004년에 EU에 가입한 헝가리는 오르반 총리가 EU내 분열을 조장하는데도 EU 회원국 지도자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의 반발과 비타협적 태도가 EU에 미친 영향이 컸다. EU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초 유럽재판소는 EU가 회원국들에 대해 EU의 핵심 가치를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 지원하는 것을 허용하는 중요한 판결을 할 예정이다. 유럽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헝가리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지원금을 부정 사용한 것과 EU 관련 법을 위반했음을 들어 팬데믹 지원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자 헝가리 정부가 유럽재판소에 재판을 청구했었다.

EU는 모든 회원국 정상들이 정치적 합의를 이루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EU의 이런 노력이 무산되도록 밀어부치고 있다. 정치적 제재를 넘어 재정적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EU의 오랜 과제를 푸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쁜 행동을 하는 회원국들에 대해 EU의 집행부인 유럽위원회가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EU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오르반총리를 막지 못하게 된 것은 EU의 설립 이념 때문이다.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의 부상에 대해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현직 EU 당국자들은 오르반 총리와 그의 비자유주의적 정책이 양보와 몰이해 때문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도록 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헝가리의 인구는 프랑스 수도 파리 대도시 인구보다 적고 언어가 달라 다른 회원국들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웠다. 예컨대 2015년 한 모임에서 장 클로드 준커 당시 유럽위원장이 오르반총리가 오는 것을 보면서 "독재자가 오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얼굴을 다정스럽게 토닥이는 장면이 있다.

당시 유럽위원회의 위원들이 회원국 정상들 중에 법의 지배나 부패 문제로 오르반총리와 맞서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에르만 판 롬파위 전 유럽위원장 보좌관이던 룩 판 미델라르는 "각국 정상들은 모두 정치적 동물이어서 선거에서 이긴 다른 회원국 정상을 존중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뜨거운 감자를 피할 수 있으면 다른 나라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오는 봄 또 한번의 선거를 치른다. 야당은 있지만 극도록 분열돼 있어서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의 아이덴티티와 종교를 지키는 지도자의 전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조차 3일 오르반총리의 재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에도 오르반총리를 지지했으며 그에 대해 "나처럼 약간 논란이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오르반총리가 민주주의 규범을 짓밟으면서도 다른 나라 정상들에 제지당하지 않는 것을 용인해왔다. 특히 중도 우파 유럽인민당 세력이 유럽의회르 장악한 지난 10년 동안이 그렇다.

오르반 총리를 옹호해온 보수인사들 가운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있다. 독일 회사들이 헝가리에 집중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오르반총리를 EU내 정치적 동맹으로 여겼다. 유럽인민당의 한 유력인사가 메르켈과 보좌관들이 오르반총리에 대한 비판을 흘려들으면서 그가 문제가 많긴 하지만 EU안에 묶어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전 유럽의원인 뤼 타바레는 "지금까지 우리가 대가를 치르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위원회"라고 지적했다. 2013년 헝가리의 EU 헌장 위반 사례 보고서를 작성했던 그는 "유럽위원회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르반 총리가 유럽의 원칙에 위배되는 헝가리 헌법 수정안을 제시했을 때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교장관은 2011년 유럽 정상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위원회 사법담당 부위원장인 레인더스는 "당시 정상들은 이 문제는 회원국들이 다룰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었다며 "유럽위원회든 유럽재판소든" 다뤘어야 했다고 강조하고 지금은 "토론만 끝없이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불가리아의 유럽전문가 이반 크라스테프는 오르반총리가 2010년 처음 당선된 뒤로 몇 년 동안은 "EU의 금지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공작새춤을 췄다"고 말했다.

크라스테프는 유럽 정상들이 2004년에 EU에 회원국들을 새로 받아들이는데 급급해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이 뒤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주장하면서 EU를 이리저리 배척하게 될 것"을 감안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새 헌법과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새 미디어법을 제정했다. 그는 헝가리 사법 제도를 바꿔 대법원장 자리를 없애고 집권 여당인 피데스 주요인사의 부인이 이끄는 기구가 법원을 감독하도록 했다. 선거법도 여당에 유리하도록 고쳤다.

외부 요인들도 오르반총리의 입지에 도움이 됐다. 2015년 유럽으로 난민들이 몰리면서 이웃 폴란드에서 극우성향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끄는 법과 정의당이 집권했다. 오르반 총리의 동맹이 생긴 것이다. 그의 강력한 이민 반대 정책은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위원회 외교위원회의 국장인 마크 레너드는 "오르반이 갑작스럽게 헝가리를 넘는 지도자가 돼 독일, 오스크리아 및 중부유럽 각국의 지지를 받으면서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8년 5월 오르반 총리는 유럽인민당 공동대표인 조셉 다울과 만프레드 웨버 독일 집권 기민당 대표와 회동했다. 이들이 오르반 총리에게 피데스당이 유럽인민당에서 축출될 수 있다고 하자 오르반총리는 "나를 쫓아내면 당을 파괴하겠다"고 반격할 정도로 기세가 등등해졌다.

이후 피데스당이 유럽인민당에서 자격정지가 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3월 오르반 통리는 피데스당이 축출될 것이 분명해지자 유럽인민당에서 탈퇴했다.

웨버 당대표는 지금도 피데스당이 유럽인민당에서 빠져나간 것을 아쉬워한다. "중도 우파가 '보다 광범위한 인민당'으로 결속하는데 실패했다"면서 말이다.

이처럼 유럽인민당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오르반 총리가 EU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유럽의회의 권한을 강화한 리스본 조약 제7조는 만장일치로 특정 국가의 의결권을 박탈할 수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이 조항이 가동될 여지는 없다.

지난 2017년 유럽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던 프란스 팀머만스는 폴란드에 대해 이 조항을 발동했다. 유럽의회도 헝가리에 대해 2018년 이 조항을 적용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두 나라가 서로를 보호하면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조약에는 또 유럽위원회가 회원국을 상대로 EU 법률 위반 혐의로 소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최종적으로는 유럽재판소가 판결을 내리도록 돼 있지만 재판에 회부되기 전 대부분 문제가 해소된다.

나아가 유럽위원회는 2004년 회원국을 늘린 뒤 회원국들에 대한 소추를 크게 줄였다. 당시 호세 마누엘 바로소 전 EU위원장이 "회원국 정부들을 기소하는 것을 넘어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납세자들의 돈을 집행하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음 7년 동안 균형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유럽위원회는 국내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확보했다. 재정 지원 중단과 함께 유럽조약 위반 혐의로 소추를 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달로 예정된 유럽재판소의 판결이 이같은 변화에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헝가리와 폴란드가 재판에서 질 것이 예상되지만 두 나라가 판결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이 경우 EU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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