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천연가스 발전 '친환경 투자'로 분류
회원국 내 '친원전'·'탈원전' 논쟁 첨예할 듯
독일 "EU 정책에 반대"·오스트리아 소송 불사
지난달 30일 독일 북부 에머탈의 그론데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 앞에서 그린피스 관계자가 '유럽 탈원전'을 지지하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에머탈=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럽연합(EU)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분류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녹색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향후 원전 포함 여부를 두고 EU 내 프랑스 등 친원전국과 독일 등 탈원전국 간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최근 한국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회원국들에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전달했다. 해당 초안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이 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과 부지를 확보하고 △2045년 전 건축허가를 받으면 해당 원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투자’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겼다.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도 △전력 1킬로와트시(㎾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고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체하며 △2030년 말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그린 투자’로 분류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은 기존 화력 발전 등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만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친환경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집행위는 초안과 관련해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적 진보, 회원국 간 다양한 과도기 과제 등을 고려할 때 집행위는 재생 가능한 미래를 향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U의 결정에는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에너지 위기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면서 에너지 대란이 여러 번 반복됐다. 그러면서 원전과 가스발전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는 얘기다.
환경단체와 독일 등 탈원전을 지향하는 국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에서 “(EU의 결정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 100%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방해하고 기후 약속에 대한 EU의 실천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독일의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ㆍ기후장관도 이날 “독일은 EU의 이번 계획에 반대한다”며 비판했다. 원전 반대 입장인 오스트리아도 EU집행위가 초안을 강행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를 통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U집행위의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면밀한 검토와 수정 논의를 거쳐 이달 중순쯤 확정된다. EU의 최종 결정은 국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을 감안해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EU 등 국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