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약진’에 꿈틀거리는 야권 단일화 이슈

[경향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복지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면서 야권의 대선 구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각종 악재로 휘청이는 사이 안 후보는 지지율 10% 벽을 넘기며 약진세이다. 안 후보가 저조한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선 가도에서 도중 하차할 것이라던 국민의힘의 ‘안철수 고사론’은 현재로선 사라졌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안 후보는 2일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분들 중에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 실망한 사람들이 많다. 윤석열 후보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은 55~60%인데 그 중에서 거의 절반 또는 그 이하로 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제가 도덕성이나 능력 면에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1월 한 달 내내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야 양대 후보 누구도 선뜻 지지할 수 없는 중도층 표심을 흡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인 셈이다. 안 후보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는 “지지율 상승세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1월말부터 2월초, (음력) 설 주변으로 ‘3강 트로이카 체제’를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7~29일 실시된 세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3%를 기록하며 이번 대선 국면 들어 처음으로 지지율 10% 벽을 넘어섰다. 안 후보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지난달 29~30일)에서 9.0%,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지난달 29~31일)에서 8.4%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양대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아 안 후보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안 후보가 약진하면서 보수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뉴스1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합치는 것이) 일정 부분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를 두고 “단일화가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윤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며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확연하다. 윤 후보는 전날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하셔서 열심히 선거운동 하시는 분(안철수)과의 단일화 언급이라는 건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복지정책 회견 후 ‘단일화 가능성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제가 정권교체를 해서,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 추이를 보면 안 후보와 우리 후보의 단일화가 우리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고, 지지층이 산술적으로 결합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화 없이도 우리 후보가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결합론을 위해서 정확하게 전술을 구사하면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복지정책 회견에서 “기초생활보호 대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1일 공개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 신과 함께’ 인터뷰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 국가부채 누적 등 문재인 정부 정책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안정적 집값 유지를 위한 부동산 세제 개편, 재벌 총수의 소유·경영 분리 등을 공약했다. 초격차과학기술을 5개 분야에서 확보해 삼성전자급 기업을 5개 이상 만들어 세계 5대 경제강국에 들어가겠다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555 성장전략’도 재차 강조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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