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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사형 미집행 25년차 맞은 대한민국…'완전한 폐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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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사형수 23명 집행이 마지막

10년 미상 미집행 '실질적 사형폐지국'

21대 국회 사형제 폐지법안 발의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 진행…올해 결론 주목

시민사회 "죽음 넘어 평화·생명의 시대로"

아시아경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조명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2020.11.3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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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1997년 12월 30일.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 해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그리고 2022년 새해를 맞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되지 않았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사형 집행이 이뤄진 지 25년차를 맞이하는 해다. 이미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10년 이상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0년 12월 16일 뉴욕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유예) 결의안'에 사상 첫 찬성표결을 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내외에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다만, 사형의 집행 여부를 떠나 제도적으로 완전한 사형 폐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강력사건이 이어질 때마다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고, 엄벌의 상징적 차원에서 법적으로는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사형제 존폐 여부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인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15대 국회에서부터 21대 국회까지 매 국회마다 총 9건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21대 국회에는 지난해 10월 7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은 사형 대신 사망 때까지 교도소 내에 구치하며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종신징역'과 '종신금고' 등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먼저 사형의 범죄예방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75년 사형을 폐지한 캐나다의 경우 폐지 이전과 이후의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이 44% 감소했고, 미국에서도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이 사형을 폐지한 주가 오히려 더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사형의 존재 유무가 강력범죄의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관의 오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경우 나중에 진범이 드러나도 억울한 피해가 회복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춘재 8차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등 누명을 썼다가 재심을 통해 무고함을 벗어낸 사례가 존재한다. 이들이 만약 사형을 선고받아 실제 집행됐다면, 사건의 진실은 끝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2010년에 이어 사형제도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1996년에는 7대 2, 2010년에는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심리에 유럽연합(EU),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및 국가기구에서 사형제도가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올해 안에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 단체 연석회의는 최근 성명을 내고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이들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국가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복수하듯 생명을 빼앗는 똑같은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참혹한 폭력의 한축을 담당한다면 반복되는 폭력의 악순환을 멈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시민사회는 대선 후보들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안 입장을 공개 질의하기도 했다. 단체는 "모든 후보들에게서 '인권국가로 가는 필수 관문,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를 이뤄내겠다'라는 답을 듣고 싶다"며 "죽음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생명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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