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영화시상식서 ‘기생충’ 잇는 日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수어 연기 박유림
봉준호 "섬세한 눈빛, 호소력 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 단편 소설을 토대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각본, 연출을 겸한 작품이다. 한국 배우 박유림이 극 중 수어를 쓰는 배우 유나 역할로 출연했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미국 영화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비견되며 수상이 잇따르는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3일 개봉)에는 극 중 다국어 연극에 참여하는 한국 배우들도 나온다. 한국식 수어를 쓰는 연극 배우 유나 역의 새 얼굴 박유림(28)이 단연 돋보인다.
“박유림의 수어 연기는 몇 번을 봐도 그때마다 새롭게 감동된다.” 주연을 맡은 일본 중견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각본‧연출을 겸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흥분하며 했다는 얘기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은 하마구치 감독과 대담에서 “박유림 눈빛의 섬세한 표현이 가진 호소력 있어 집중하게 된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
하루키·바냐 아저씨·수어에 끌렸죠
오디션으로 발탁된 박유림은 ‘추리의 여왕 시즌 2’(2018), ‘제3의 매력’(2018), ‘블랙독’(2019~2020) 등 TV 드라마 조‧단역을 해왔다. 영화는 이번이 첫 출연이다. 수어도 이번 영화를 위해 맹연습한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를 3번이나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롭고 긴장된다”고 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오디션 소식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극동대 연극영화과 시절 연극을 주로 해 극 중 공연되는 연극 ‘바냐 아저씨’를 미리 알았던 덕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원작인 영화고 수어를 쓰는 캐릭터죠. 총 3차 오디션을 했는데 시나리오는 2차 때 받았지만 1차 때 ‘바냐 아저씨’ 발췌본을 줬거든요. 그 힌트만 갖고도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루키의 2014년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속 여러 단편 소설을 토대로 하마구치 감독이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을 덧붙인 영화에서 유나는 원작에 없던, 새롭게 창조해낸 캐릭터다. 한국인 남편 윤수(진대연)과 3년 전 히로시마에 건너온 그는 영화의 주인공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연출하는 ‘바냐 아저씨’ 공연에서 바냐의 조카 소냐 역을 따낸다. 희망을 잃지 않는 소냐처럼 유나 역시 개인적 아픔을 곧은 심지로 극복한다. 그 맑고 다부진 성품이 첫 아이를 잃고 아내의 외도, 돌연사를 차례로 겪은 가후쿠의 마음까지 다잡게 한다.
━
봉준호 "호소력 있다" 주목한 수어 비결은
16일 화상 인터뷰에서 하마구치 감독은 “가후쿠 부부와 유나 부부는 서로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관계”라며 캐스팅에 대해 “오디션 때 생일에 남자친구와 단둘이 미역국을 먹었다는 박유림이 하나도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인간성이 묻어났고 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전에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느낌으로 다가갔다면 이 영화는 평소 내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는 박유림은 “극 중 오디션 복장도 실제 제가 이 영화 오디션 때 입으려고 샀던 옷이다. 저와 ‘바냐 아저씨’를 준비하는 유나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가갔다”고 했다. 일본‧한국‧중국‧영어‧수어 등 여러 언어가 난무한 촬영 현장은 영화 속 연극 리허설 판박이였다고. “서로의 언어를 몰라서 집중하지 않으면 대본을 놓친다. ‘소리’에 익숙해질 때까지 했다”면서 “촬영 전 대본 리딩을 50번 넘게 했기 때문에 감정이 수어에 그대로 묻어날 수 있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수어는 오디션 때 인터넷으로 독학한 뒤 지난해 10월 촬영을 위해 일본에 가기 전 일주일간 철저히 준비했다고 했다. 촬영 현장에도 수어 강사가 상주하며 대사에 맞는 손동작을 종이로 출력해 세세하게 설명해줬단다.
━
제 안에 것 소중히 하라는 감독님 말 와닿아
박유림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제 안에서 나오는 것을 소중히 하라는 하마구치 감독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다”고 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 속 유나가 실제 자신과 전혀 다르게 느껴져 신기했다고 했다. “평상시 겁이 많고 불안해하는 편인데 유나는 강단 있고 올곧더라. 저도 촬영하며 그 힘을 받아 잠시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에 더해 미국 뉴욕‧보스톤비평가협회상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도 올랐다. 박유림은 “고통스럽지만 열심히 일하고 살아야 한다는 영화 메시지가 코로나 상황에 잘 맞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했다.
오랜 무명 시절 중에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안 맞는데 억지로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감을 잃었던 시기도 있었다는 그는 “이젠 연기를 넘어, 살면서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지금 제주살이를 준비하려고 운전면허를 따고 있거든요. 하고 싶다고 느끼면 그렇게 행동하는 방향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