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교통사고 증가에도 면허증 반납 등은 뒷걸음질
경찰, 2025년부터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 추진
추모물결이 만든 대형하트 |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난 22일 부산에서 전통시장 나들이 나선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80대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과 브레이크 오작동 등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고 원인을 두고 고령 운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령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에서 젊은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늦어져 사고 위험이 크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고령운전자 사고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PG) |
29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01만1천899대다.
전체 개인 등록 차량 2천126만2천272대의 28.3%에 달한다. 개인 차량 10대 가운데 약 3대가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의 차량인 셈이다.
2013년 말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 차량 수가 300만대였으니 8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70대 이상 초고령 운전자의 차량도 154만885대에 달한다.
고령 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위급 상황 대처 능력도 뒤처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보통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천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8.1%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도 지난해 23.4%로 2016년 17.7%보다 5.7%p 늘었다.
현재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운전면허 반납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면허를 반납한 노인들에게 10만원이 충전된 대중교통카드를 지급하는데, 도입 초기와 달리 면허 반납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2019년에는 면허 반납 건수가 9천846건이나 됐지만 해마다 반납 건수는 떨어지고 있다.
올해(1월~11월) 부산지역 고령(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 건수가 4천822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5천694건과 비교해 15.4% 감소한 수치다.
경찰은 중장기 대책으로 관련 용역을 진행해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추진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은 시간과 공간, 용도 등에 제한을 두고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도로주행시험 내용을 토대로 개인 상황에 맞게 운전 조건을 결정해 면허를 발급한다.
자택 주변 병원, 교회, 커뮤니티 등 운전할 수 있는 공간 범위를 한정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야간시력이 부족한 운전자에게는 주간 운전만 허용하며, 장거리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는 자택 반경 일정 거리 내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속 운전이 어려운 경우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한다.
일본은 노인 운전자의 경우 긴급제동장치 등을 설치한 차량만 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국내도 여러 대책이 준비 중이지만 자율 주행 등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있어 관련 대책이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공학박사는 "고령 운전자 대책으로 75세 이상 적성검사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등 여러 방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고령운전자 기본권을 제한하면 안 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어르신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 |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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