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문부성)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수험 기회까지 제한하려 했다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한마디에 기존 대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문부성은 지난 24일 오미크론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의 경우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내달 15~16일 예정된 대학입학 공통테스트에 일절 응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방역 정책을 맡은 후생노동성이 밀접 접촉자에게 14일간의 시설 격리를 강제하는 것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문부성은 다만 시험을 제때 보지 못한 수험생에게 추가 시험 등의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중요 시험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발표된 이 대책을 놓고 과잉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인터넷 공간에선 밀접 접촉자라도 예정했던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책을 정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7일 오전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
이런 여론 동향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총리는 26일 밀접 접촉자라도 예정대로 시험을 칠 수 있도록 수험 기회 보장 대책을 강구하라고 문부성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문부성은 밀접 접촉자가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고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지 않는 것 등을 전제로 별실에서 시험 보는 것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결국 문부성은 진작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던 대책을 기시다 총리 지시를 받고 나서야 강구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기시다 총리는 27일 취재진에게 "(수험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금명간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부성은 새롭게 마련하는 대책을 대입 시험에 국한하지 않고 중고교 입시에도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소동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기시다 총리의 의중을 살펴 각 부처가 과잉 행정을 펼치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일본 정부의 고강도 입국 규제 정책 영향으로 한산한 나리타국제공항 터미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앞서 국토교통성은 오미크론 국내 유입을 억제한다는 이유를 들어 연말연시를 맞아 귀국하려는 자국민(일본인)에게도 항공권을 팔지 말라고 지난달 29일 각 항공사에 요청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둘러싼 비난 여론이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자 기시다 총리는 부랴부랴 "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고, 국토교통성은 이 지시를 받고서야 항공권 판매 중단 요청을 취소한다고 항공사에 통지했다.
기시다 정권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 관련 주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부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유권자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지난 24~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947명(유효 응답자)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65%를 기록해 한 달 전과 비교해 4%포인트 상승했다.
또 기시다 내각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한다는 답변 비율이 61%에 달했고, 오미크론을 이유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88%가 타당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26일)까지 일본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자는 지역사회 감염 20명을 포함해 총 58명이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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