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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초유의 수능 정답 유예 사태

[단독] 27년간 수능 출제오류 9번… 교육부 직원 징계는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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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수능 출제·채점, 교육부 관리 책임 '이원화'
평가원장만 사퇴 반복... 교육부는 책임 '모르쇠'
평가원 실무자 징계도 2014년 단 한 번뿐
한국일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받아 든 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성적이 공란 처리돼 있다. 춘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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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도입된 1994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9차례 출제 오류가 발생했으나 주무 부처인 교육부 직원은 단 한 번도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출제 오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대입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았는데 교육부가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제 오류 때마다 혼란 반복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능 출제 오류는 2004년 언어영역부터 올해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까지 7과목에 걸쳐 총 9차례 발생했다. 1994년 수능 도입 후 27년간 3년에 한 번꼴로 출제 오류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교육부 직원의 징계는 한 차례도 없었다.

수능 출제 오류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수험생들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2008년 수능 때는 성적표 배포 후 물리Ⅱ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돼 수험생 1,000여 명의 등급이 뒤바뀌고, 정시 원서접수가 미뤄졌다. 2014년 세계지리 출제 오류 때는 1년에 걸친 소송 끝에 항소심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하며 앞서 오답 처리된 1만8,884명 중 629명이 재산정된 성적으로 재입학·편입하는 소동을 빚었다.

올해도 생명과학Ⅱ 20번 응시자 92명이 정답 취소 소송을 내 생명과학Ⅱ 성적표가 공란 처리된 채 제공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고, 수시 일정이 뒤로 밀렸다. 법원이 지난 15일 수험생 승소 판결을 내린 뒤에야 평가원은 해당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했다. 이로 인해 기존 평가원이 발표한 정답을 맞힌 수험생 일부가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평가원장 사퇴 방패 삼은 교육부


현행 수능 체계는 교육부와 평가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수능 출제와 채점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평가원이 맡지만, 이를 위탁하는 건 교육부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교육부의 책임 회피 구실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출제 오류에 대한 1차 책임은 평가원에 있는 게 맞지만, 교육부 역시 위탁 기관으로서 당연히 지휘, 감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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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 후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브리핑실을 떠나며 인사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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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제 오류 사태로 이번 강태중 원장을 포함한 5명의 평가원장이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났을 뿐 교육부는 자신들의 책임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올해만 해도 교육부는 법원 판결 닷새 만인 지난 20일, 뒤늦게 "수험생과 학부모들께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관련 직원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원장이 이미 사과 및 사퇴하지 않았느냐"고 떠넘겼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직까지 공식 사과도 없다.

게다가 수능 출제와 검토를 담당한 평가원 실무자 징계도 출제 오류 때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세계지리 출제 오류 때 평가원의 수능 시험본부장과 출제연구실장이 각각 정직 1개월과 견책을 받은 게 유일한 징계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든 평가원이든 평가원장 사퇴 뒤에 숨어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었던 셈"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재발 방지 앞서 교육부 책임져야"


교육부는 얼마 전 출제와 검토부터 이의제기 심사 방법과 기준 등 사실상 수능 모든 절차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의 책임 회피가 계속되는 한 어떤 대책을 내놔도 '땜질 처방'에 불과할 거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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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능 출제오류 처리 및 조치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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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의원은 "출제 오류 때마다 평가원장 사퇴로 문제를 무마하려는 교육부와 평가원 행태는 수험생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재발 방지에 앞서 두 기관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평가원으로 나뉘어 있는 수능 체계를 이번에야말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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