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대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대학 교원에 지원하면서 경력과 수상 기록 등을 가짜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만이다. 김씨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허위 이력 논란이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남편의 행보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전개되자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시엔 윤 후보와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이렇게까지 검증을 받아야 하느냐"던 태도를 보였던 김씨였다. 하지만 이날은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며 "부디 용서해달라"고 사실상 전제 없는 사과를 했다. 공정과 상식을 대선 모토로 내세운 게 윤 후보다. 이번 사태는 윤 후보의 가족과 주변에도 엄격한 공정과 상식의 잣대가 적용돼야 함을 일깨워준다.
김씨가 비록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사과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속 시원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재직증명서와 미술 공모전 수상 경력, 삼성미술관 기획전시 등의 경력과 수상을 허위로 기재해 대학 교원 임용서류에 적어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는 회견에서 구체적 의혹에 대한 소명은 피했다. 대신 "(윤 후보가)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을 먹었느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으라'며 늘 저를 잊지 않았다"라거나,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고 하는 등 사과의 상당 부분을 정서적인 호소에 할애했다. 회견만으로는 의혹의 어떤 부분이 과장됐고 어떤 부분이 위조인지 등 진위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셈이다. '사과쇼'가 아니냐는 시비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국민은 사과를 빙자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러브스토리, 하소연, 가정사를 들어야 했다"고 비판했고,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냉무(내용 없음) 기자회견'이라고 혹평했다. 다만 국민의힘 선대위가 세부적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별도로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추후 김씨의 성실한 소명을 기대한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이번 기자회견의 사과로 모든 게 끝났다, 아니다 등 여부를 말할 순 없다. 국민들이 받아 들일만 한 사과였다면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향후 추가 의혹이 불거지면 상황에 따라 별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언급대로 이번 사과의 효력은 결국 국민의 판단에 달렸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우리 국민은 후보 주변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성을 절절히 체감했던 터다. "27살 때 박근혜 선대위에서 최순실 씨 존재를 몰랐던 트라우마가 너무 컸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언급은 국민의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대통령 부인은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받으며, 국가원수의 배우자로서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는 사실상 최고 수준의 공직자다. 그런 지위로 갈 수도 있는 인물이 벌써 각종 비위 의혹에 시달리거나 '비선 실세'로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본인과 윤 후보에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이라는 용어도 '김핵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김씨는 회견에서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런 다짐이 이행되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김씨의 논란에 대해 '내로남불'했다는 비판을 받은 윤 후보도 다시 한번 직접 사과하고 소명하는 자리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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