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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노트] 비트코인 시세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한 달가량 하락세를 이어가자 낙관적이던 전망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연말을 맞아 이른바 '산타랠리'를 기대하던 심리는 위축됐고, 신고가 경신 이후 쏟아졌던 '10만달러 돌파' 분석들도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해외 주요 기관들은 가상화폐 전망에 부정적인 분석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주에는 주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소유권이 지나치게 소수에게 집중돼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투자 붐을 일으킨 비트코인조차도 아직 일부 부호가 유통량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를 인용해 상위 0.01% 투자자가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27%를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이 개발된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된 소유 구조 연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만여 개 비트코인 계좌 소유주들은 약 50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24일 시세를 기준으로 약 2320억달러(약 275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비트코인 보유자 수는 1억1400만여 명에 이르지만 이들 중 약 0.01%에 불과한 소수가 전체 유통량의 27%라는 막대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 만에 가장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경제 또한 상위 1%가 전체 경제적 부의 30%를 보유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단적인 쏠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앙투아네트 쇼어 교수와 런던정경대(LSE)의 이고르 마카로프 교수가 공동으로 조사해 작성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소유권이 소수에 집중돼 전체 비트코인 생태계가 각종 시스템 위험에 훨씬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등 소유자에게 주어지는 이익 또한 소수 투자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짚었다.
쇼어 교수는 "(개발 이후) 약 14년이나 지났고, 세력이 계속 확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매우 제한된 생태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이후 비트코인 소유권이 소수에게 집중된 상황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금융'을 목표로 하는 비트코인의 개발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 또한 이어지고 있다. 개인 간 거래 중심으로 유통됐던 비트코인을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교환하게 됐다는 점, 비트코인 채굴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사실상 전문 기업들만 채굴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도 함께 문제로 지적됐다.
쇼어 교수와 마카로프 교수는 실제 경제활동과 관계 있는 비트코인 거래의 비중도 추산했는데, 지난 2년 사이 투자자가 2배 넘게 늘었지만 비트코인 거래의 90%는 실제 경제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향후 세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예상도 이번주에 나왔다. 코로나19 유행 등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고위험 투자의 일환으로 가상화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3일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슈로더 글로벌 투자자 스터디 2021(Schroders Global Investor Study 2021)' 조사 결과, 코로나 팬데믹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고위험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 중 37%, 국내 투자자의 35%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봉쇄와 여행 제한 조치가 완화되더라도 자금을 '고위험 투자'에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고위험 투자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주로 새롭게 화제가 되는 분야에 투자했다. 지난해 가장 신규 진입자가 많았던 투자 분야는 전기차 관련 주식 및 펀드(24%)와 바이오 테크·제약 주식 및 펀드(23%)였고, 그 뒤를 가상화폐(22%)와 인터넷·기술 관련주 및 펀드(22%)가 이었다.
고위험 투자를 고려하게 된 이유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국 은행들이 조정한 낮은 금리를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53%는 금리가 0% 또는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면 수익률 추구를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가상화폐에 투자하겠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33%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한국을 포함해 유럽, 아시아, 미주 지역 등 세계 32개 지역 2만30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자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최소 1만 달러(약 1200만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 있으며 10년 이내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준 사람으로 한정했다.
슈로더투신운용 관계자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경험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수익률 추구를 위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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