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평소 특별히 아픈 곳 없었는데..."
2016년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만난 가수 양병집. 한국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세대 포크 가수인 양병집(본명 양준집)이 24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병집은 1970년대 활동했던 김민기, 한대수와 함께 '3대 저항 가수'로 불렸다.
25일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양병집은 전날 박 평론가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나타나지 않았다. 양병집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양병집과 친분이 있던 카페 사장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가보니 양병집은 이미 숨져 있었다. 박 평론가는 "양병집이 평소 특별히 어디가 아프다는 말은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양병집 1집 '넋두리' 표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양병집은 1974년 1집 '넋두리'로 데뷔했다. 이 앨범엔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의 히트곡 '어 하드 레인스 어 고너 폴'을 번안한 '소낙비'와 딜런의 '돈트 싱크 트와이스 잇츠 올 라이트'를 개사해 만든 '역'(逆) 등이 실렸다. 그는 국내 '딜런 전도사'로 유명했다. 굵직하면서도 기교 없는 목소리로 진솔한 포크 음악의 멋을 더했다. 반항적인 포크 음악의 한국화에도 이바지했다. 유신정권의 서슬 퍼런 검열이 한창이던 1974년, 양병집의 앨범은 발매된 지 3개월이 안 돼 '판매금지처분'을 받았다. 2016년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후 본보와 만난 양병집은 저항 노래 관련 이력에 "그냥 반항가수 정도로 하자"고 웃으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양병집은 1980년대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음악 카페 '모노'를 운영하기도 했다. 록밴드 들국화가 만들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1986년 양병집은 호주로 이민을 갔다가 199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3년 8집 '에고 앤 로고스'를 냈고, 지난달엔 '밥 딜런을 만난 사나이'란 자전 소설을 출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