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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관료조직 개혁 신호탄?…교황, 핵심 부서 책임자 교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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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임기 마친 '인간 발전 부서' 장관 턱슨 추기경 사임계 수리

교황, 교황청 고위 성직자 대상 연례 성탄 인사서 '겸손' 강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하는 턱슨 추기경(왼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핵심 부서를 이끌어온 아프리카계 추기경의 보직 사임을 승인했다.

교황은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장관인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73·가나)의 사임계를 수리했다고 교황청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교황은 턱슨 추기경이 수행한 5년간의 봉사에 사의를 표했으나 그 외 특별한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교황의 핵심 보좌진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되는 턱슨 추기경은 최근 5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사임계를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황청 주요 보직자는 통상 임기를 마치면 교황에게 사임계를 내고 연임 여부를 판단 받게 된다.

턱슨 추기경이 이끌어온 부서는 정의·평화, 사회복지, 이주·보건사목 등 교황이 지대한 관심을 둔 핵심 이슈를 다루는 대규모 조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시에 따라 4개 관련 평의회가 통폐합돼 2017년 1월 출범했다. 턱슨 추기경이 초대 장관이다.

교황은 턱슨 추기경이 떠난 자리에 부서 내 이주사목국 차관보인 마이클 체르니(75·캐나다) 추기경을 임시로 앉혔다.

체코 태생의 캐나다 이민자인 체르니 추기경은 교황과 같은 예수회 출신으로 교황청 내 이주민 문제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부서 1추기경'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2019년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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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직원들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바티칸 AP=연합뉴스) 프라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교황청 직원들과 성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 2021.12.24. photo@yna.co.kr


일각에서는 턱슨 추기경의 연임 불발이 통상적인 지휘부 교체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교황은 올 초 시카고 대교구장인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에게 부서 내부 감찰을 맡겼고, 감찰 보고서가 교황에게 전달된 뒤인 올여름 턱슨 추기경을 보좌하던 부서 내 두 명의 고위 성직자가 자리를 떠났다.

해당 부서 외에도 교황청의 여러 부·성이 내부 감찰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바티칸 안팎에서는 이번 핵심 부서 책임자 교체가 교황이 물밑에서 추진해온 교황청 관료조직 개혁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애초 이 개혁안은 올여름이나 가을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교황청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3개 보직을 역임한 턱슨 추기경은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으로는 유일하게 차기 교황 후보로도 거론돼온 인물이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했을 때도 후임 교황 후보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턱슨 추기경이 바티칸에 남아 또 다른 보직을 맡을지, 모국인 가나 교구로 돌아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탄 인사
(바티칸=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교황청 관료조직 '쿠리아'의 고위성직자들과 성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12.24. photo@yna.co.kr


한편, 교황은 23일 교황청 관료조직을 구성하는 추기경과 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례 성탄 연설에서 '겸손함'을 유독 강조했다. 이탈리아어로 진행한 35분 간의 연설에서 '겸손'(l'umilta)이라는 단어가 30여차례나 사용됐다.

교황은 "성탄의 신비를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겸손'"이라며 "겸손 없이는 주님을 만날 수도, 구원을 경험할 수도, 우리 옆에 있는 형제·자매를 마주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나 스스로에게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성탄의 겸손함, 구유의 겸손함, 주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신 가난과 단순함으로 우리를 복음화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성직자들에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거나 자만하지 말고 언제나 냉철한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교황은 과거 연례 성탄 연설을 통해 교황청 관료조직의 파벌·족벌주의, 도덕적 타락 등을 강도높게 질타해왔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표현 수위가 다소 낮아졌으나 비판적 기조는 유지됐다는 평가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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